밤에 일어나서 쓰는 글



  저녁에 아이들을 재우면서 나도 아이들 사이에 눕는다. 이렇게 해야 아이들이 느긋하게 잠들기 때문이다. 아이들만 먼저 재우지 못한다. 아마 앞으로 작은아이가 열 살을 넘길 때쯤(다섯 해 뒤)이라면 아이들만 먼저 재울 만할 수 있을 텐데, 그때에는 한결 느긋하게 글을 쓸 만할 터이나, 아직 두 아이는 잠자리에서 어버이 숨결을 느끼면서 꿈나라로 가고 싶다.


  아이들을 재우며 두 아이 사이에 누워서 노래를 부르거나 자장얘기를 속삭이다 보면, 어느새 나도 아이들하고 함께 곯아떨어진다. 나도 함께 꿈나라로 가고 만다. 아이들만 재우고 일어나야지 하고 여기는 마음은 언제나 물거품이 된다.


  깜빡 잠들었네 하고 깨닫고는 부랴부랴 일어나는데, 이렇게 일어나면서 서운하거나 아쉬운 적이 없다. 아이들을 즐겁게 재울 수 있었고, 나도 여러모로 몸을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밤에 일어나서 글을 쓰기보다는 저녁에 글쓰기를 마무리짓고 새벽에 다시 일손을 놀리자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고 함께 배우는 살림으로 거듭나는 요즈음,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하고 어우러지는 살림살이에 온힘을 쏟고는, 이렇게 밤에 일어나서 불꽃을 튀기듯이 글을 쓰는 몸짓으로 천천히 바뀐다. 4348.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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