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사이에서 낑겨 자는 밤



  며칠이 지나면 새로운 해가 찾아들고, 이제 큰아이는 ‘아홉 살’이라는 나이에 이른다. 아직 우리 보금자리는 조그마한 집이기에 잠을 잘 적에 네 식구가 한 방에 누우면 서로 반듯하게 눕지 않으면 살이 닿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자며 뒹굴며 뻗는 손이나 발에 얼굴이나 배를 얻어맞기도 한다. 두 아이는 아버지 옆에 누워서 자는 동안 언제나 이리 뒹굴거리면서 나를 옥죄고, 이러다가도 서로 맞은편으로 뒹굴거리면서 저마다 이불을 빼앗아 가거나 뻥뻥 찬다. 나는 두 아이 사이에서 자면서 이불이 사라지면 오들오들 떨다가 잠을 깨어 두 아이 이불깃을 여미고, 어느 한 아이가 이불을 몽땅 돌돌 말아 가져가면 다른 아이 이불을 잡아당겨서 다시 여민다. 밤새 이러면서 자니까 어느 모로 보자면 잠이 모자라다고 할 만하다. 그래도 겨울에는 이렇게 작은 방에 다들 모여서 자면 한결 따스하다. 여름에는 모두 흩어져서 딴 방에서 자거나 마루에서 자거나 마당에 천막을 치고 자면 시원하고.


  밤새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면서 하품을 하며 늘 새삼스레 돌아본다. 나는 좁은 잠자리가 좁다고 여긴 적이 없다. 이런 생각 때문에 좀 넉넉하거나 넓은 집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셈일 수 있을 텐데, 작은 방에서 나란히 누우면 한 사람이 노래를 불러도 다 같이 듣고,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나란히 듣는다. 노래를 부르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작은아이와 큰아이가 저마다 하품을 길게 하면서 스르르 꿈나라로 가는 결을 느낄 때면 내가 오늘 하루 어떤 어버이로 함께 삶을 지었는가 하고 되새길 수 있다. 나도 신나게 하품을 하고는 두 아이를 한손으로 살살 토닥이며 눈을 감는다. 4348.12.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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