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라서 후다닥 일어나기



  오늘 아침 일찍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타러 나가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화를 꽤 자주 받아야 하느라 몸이 고단했고, 오늘 서울마실을 가야 하는 터라 집일을 갈무리하고 이것저것 챙기느라 그야말로 힘들었다. 저녁 여덟 시에 아이들하고 촛불보기를 하는데 등허리가 쩍쩍 갈라지는구나 하고 느껴서 무척 일찍 자리에 누웠다. 두 아이를 토닥이며 자다가 불현듯이 번쩍 눈을 떴다. 설마 늦잠을 잤는가 하고. 이불을 걷어찬 아이들을 다독인 뒤 옆방으로 건너가서 때를 살피니 밤 열두 시 이십육 분. 살짝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엌을 좀 치우고 내 짐을 조금 꾸린다. 아침에 무엇을 마련해 놓고 길을 떠날까 하고 생각하면서, 책상맡에 어지러이 쌓인 책을 치우면서, 이러다가 마당으로 내려서서 별잔치를 올려다보면서, 싱싱 차게 부는 바람을 쐬면서, 아이들한테 남길 편지를 헤아리면서, 이럭저럭 새벽이 흐른다. 시외버스에서 자기로 하고 오늘은 아침 일곱 시까지 바지런히 일손을 놀려야겠다. 앞으로 이틀 동안 람타공부를 하러 가느라 다른 일은 못 할 테니까. 4348.12.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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