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거들려는 손길



  아이들도 언제나 거들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언제나 가만히 지켜보면서 언제쯤 저희한테 심부름을 맡길까 하고 기다린다. 이를 어떻게 아느냐고? 내가 어릴 적에 집에서 놀며 으레 어머니 목소리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어머니 혼자 힘들게 일하지 마시고 뭣 좀 심부름을 시키시지, 하면서 기다리기 일쑤였다. 이리하여 아주 작은 심부름을 맡기셔도 대단히 기뻤다.


  큰아이가 밥상맡에 작은 인형을 올린다. 아버지가 모처럼 바깥마실을 하고 돌아오던 날 작은 인형을 넷 장만했는데, 두 아이는 저마다 하나씩 챙기고 다른 둘은 어머니 몫하고 아버지 몫으로 하라면서 다시 내밀었다. 멋진 아이들이다. 인형 넷이 있으면 네 사람이 하나씩 가지면 된다고 한다. 이러면서 이 인형 가운데 하나를 밥상맡에 놓고는 더 맛있게 먹자고 한다. 인형한테도 밥상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자면 인형 보기에도 맛난 꽃밥상을 차려야 하겠지. 인형이 보기에 우리 이쁜 아이들이 이쁘게 밥상을 받아서 이쁘게 하루를 누리는구나 하고 느끼도록 해야 하겠지. 4348.1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