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하고 다니며 버스에서 시쓰기



  아이들하고 다니면서 으레 시를 쓴다. 아이들이 조잘거리는 노래를 가만히 들으면서, 이 노래를 아이 스스로 한결 살찌우도록 건드려 주고, 서로서로 몇 마디를 가만히 주고받다가 이 말마디가 고스란히 시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니까, 내가 쓰는 시 한 줄이란 언제나 아이들하고 주고받은 이야기라고 할 만하다. 아이들하고 도란도란 나눈 이야기가 있기에, 이 이야기를 줄거리로 삼아서 시를 두 줄째 쓴다고 할 만하다. 아이들이 즐겁게 웃으며 피우는 꽃송이를 곱게 맞아들여서 시를 석 줄 쓰고, 나도 내 나름대로 내 마음자리에 꽃씨를 심으면서 어느덧 시를 넉 줄 쓴다. 오늘 아침에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를 다녀오는 버스길에서 시를 두 꼭지 써 보았다. 모두 두 아이가 들려준 노래이고, 내가 두 아이한테 들려준 노래이다. 4348.11.2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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