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데리고 저자마실



  아침 열한 시 십 분 무렵 지나간다고 하지만 으레 열한 시 이십 분 무렵에 찾아오는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저자마실을 간다. 두 아이는 아침에 버스를 탄다면서 즐겁게 웃는다. 해가 살몃살몃 고개를 내밀다가도 구름 뒤로 숨는 늦가을 아침에 버스를 달린다. 오늘 따라 군내버스 일꾼은 무척 거칠게 버스를 몰지만, 다섯 살 작은아이는 저 혼자 앉은 자리에서 흔들리지도 않고 잘 있는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혼자 자리를 잡고 앉은 모습을 지켜보다가 시집 한 권을 꺼내어 펼친다. 어느덧 두 아이는 두 아이대로 버스를 잘 타면서 창밖을 내다본다든지 혼자서 생각에 잠길 줄 안다. 나는 나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마실을 다니되 살짝 틈을 내어 내 마음을 찬찬히 다스린다. 저자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두 아이는 의젓하고, 오늘은 작은아이가 단추를 눌러서 우리 마을 어귀에서 버스를 내린다. 4348.11.2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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