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413) 급하다急


 급한 일 → 바쁜 일

 돈이 급하다 → 돈이 빨리 있어야 한다

 급하게 먹다 → 바삐 먹다 / 헐레벌떡 먹다

 급하게 서두르다 → 허둥지둥 서두르다 / 허겁지겁 서두르다

 마음만 급하지 → 마음만 바쁘지

 병세가 급하다 → 병세가 깊다 / 병세가 안 좋다

 급하게 경사지다 → 매우 비탈지다

 경사가 급한 곳에서는 → 비탈이 가파른 곳에서는

 개울은 물살이 급해서 → 개울은 물살이 빨라서


  외마디 한자말 ‘급하다(急-)’는 “1. 사정이나 형편이 조금도 지체할 겨를이 없이 빨리 처리하여야 할 상태에 있다 2. 시간의 여유가 없어 일을 서두르거나 다그쳐 매우 빠르다 3. 마음이 참고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조바심을 내는 상태에 있다 4. 병이 위독하다 5. 성격이 팔팔하여 참을성이 없다 6. 기울기나 경사가 가파르다 7. 물결 따위의 흐름이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처럼 일곱 가지로 쓰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뜻을 살피면 처음부터 ‘바쁘다’나 ‘서두르다’나 ‘조바심을 내다’나 ‘병이 깊다’나 ‘참지 못하다’나 ‘가파르다’나 ‘(물살이) 빠르다’로 쓰면 될 노릇입니다. 한국말로 알맞게 쓰면 되는데, 한국말로 슬기롭게 쓰지 못한 탓에 자꾸 ‘急하다’ 같은 외마디 한자말을 끌어들이고 맙니다. 4348.10.21.물.ㅅㄴㄹ



선물이란 언제나 받는 사람의 마음을 급하게 만드는 법이다

→ 선물이란 언제나 받는 사람 마음을 바쁘게 하는 법이다

→ 선물이란 언제나 받는 사람 마음을 서두르게 하는 법이다

《준비에브 브리작/김경온 옮김-올가는 학교가 싫다》(비룡소,1997) 20쪽


급하게 지나쳐 갈 수 있다

→ 얼렁뚱땅 지나쳐 갈 수 있다

→ 설렁설렁 지나쳐 갈 수 있다

→ 후다닥 지나쳐 갈 수 있다

→ 빨리 지나쳐 갈 수 있다

《가와이 에이지로/이은미 옮김-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유원,2003) 14쪽


다른 아이들이 급하게 자라는 것뿐

→ 다른 아이들이 일찍 자랄 뿐

→ 다른 아이들이 빨리 자랄 뿐

→ 다른 아이들이 바삐 자랄 뿐

→ 다른 아이들이 서둘러 자랄 뿐

《추둘란-콩깍지 사랑》(소나무,2003) 52쪽


급한 경사를 이루며

→ 가파르게 기울어지며

→ 가파른 비탈을 이루며

 가파르며

《셀마 라게를뢰프/배인섭 옮김-닐스의 신기한 여행 1》(오즈북스,2006) 125쪽


나는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바쁜 나머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바빠서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허둥지둥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호-할아버지의 뒤주》(사계절,2007) 147쪽


급해!

→ 바빠!

→ 서둘러!

→ 어서!

→ 빨리!

《배유안-분황사 우물에는 용이 산다》(파란자전거,2010) 85쪽


나는 마음이 급해

→ 나는 마음이 바빠

→ 나는 서두르고 싶어

《박금선-내가 제일 잘한 일》(샨티,2015) 176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