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408) 윤潤


 가구에 윤을 내다 → 가구에 빛을 내다

 윤이 흐르다 → 빛이 흐르다 / 반질반질하다


  ‘윤(潤)’이라고 하는 외마디 한자말을 찾아보면 “= 윤기(潤氣)”로 풀이합니다. ‘윤기(潤氣)’는 “반질반질하고 매끄러운 기운”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반질반질’이나 ‘매끄러움’이 바로 ‘윤’인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반질반질’을 찾아보면 “거죽이 윤기가 흐르고 매우 매끄러운 모양”으로 풀이하고, ‘매끄럽다’를 찾아보면 “거침없이 저절로 밀리어 나갈 정도로 반드럽다”로 풀이해요. ‘반드럽다’는 “깔깔하지 아니하고 윤기가 나도록 매끄럽다”로 풀이합니다. 어느 모로 보면 돌림풀이라 할 텐데, 가만히 살피면 ‘반질반질’이나 ‘매끄럽다’ 같은 한국말을 알맞게 쓰면 될 뿐이라는 대목을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윤기가 흐르는 머리”라면 “반질반질한 머리”나 “매끄러운 머리”라는 소리입니다. “묵은쌀은 끈기와 윤기가 떨어진다”는 “묵은쌀은 끈기가 없고 반질반질하지 않다”나 “묵은쌀은 끈기가 없고 매끄럽지 않다”는 소리예요. “피부에 윤기가 있다”는 “살갗이 반질반질하다”나 “살갗이 매끄럽다”는 소리이지요.


  ‘반질반질’하고 ‘번질번질’을 쓸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반들반들·번들번들’을 쓸 수 있고, ‘반짝반짝·번쩍번쩍’을 쓸 수 있어요.


  일본말사전을 살피면, ‘潤’을 “윤기가 있다, 광택을 내다, 훌륭하게 하다” 같은 자리에 쓴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윤·윤기’는 일본 한자말이 스며들면서 쓰임새가 퍼졌다고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4348.10.8.나무.ㅅㄴㄹ



윤이 날 때까지

→ 빛이 날 때까지

→ 반들반들할 때까지

 반들거릴 때까지

→ 반짝반짝할 때까지

→ 반짝거릴 때까지

《리타 페르스휘르/유혜자 옮김-아빠의 만세발가락》(두레아이들,2007) 31쪽


번쩍번쩍 윤이 나는 검은색 자동차

→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검은 자동차

→ 번쩍번쩍거리는 검은 자동차

《매튜 클라크 스미스/홍수원 옮김-파브르 이야기》(두레아이들,2015) 9쪽


의자 구실을 하여 윤이 번지르르하게 났다

→ 걸상 구실을 하여 빛이 번지르르하게 났다

→ 걸상 구실을 하여 번지르르하게 빛났다

《유홍준-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창비,2015) 35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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