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큰아이가 군내버스에서 꾸벅꾸벅 존다. 낮에 한숨을 돌리자고 할 적에 큰아이는 으레 한숨을 안 돌리려 한다. 낮잠을 안 자도 괜찮다고 여기면서 으레 책을 보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하는 큰아이는 언제나 너덧 시쯤 되면 기운이 좍 빠져서 거의 아무것도 못 하기 일쑤이거나 눈밑이 꺼멓다. 오늘 읍내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큰아이한테 말한다. “벼리야, 아까 한숨 함께 돌리면서 자면 좋았을 텐데.” “응.” “어제도 그랬잖아.” “응.” “이튿날 낮에는 살짝 한숨을 자자. 그래야 벼리도 더 튼튼하고 씩씩하게 놀 수 있지.” “응.”
큰아이를 보면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면서 논다. 어디에서 이러한 힘이 솟을까 하고 돌아보노라면, 나도 곁님도 어릴 적에 이와 같이 놀았으리라 느낀다. 곁님 삶과 마음은 모르지만, 나도 큰아이하고 똑같이 늘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면서 놀다가 곯아떨어졌다. 다만, 곯아떨어지더라도 어떻게든 이부자리까지 걸어가서 폭 쓰러졌지. 큰아이가 보여주는 모습도 똑같다. 어떻게든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서 놀다가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곧바로 곯아떨어진다. 4348.9.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