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어디에서나 잘 놀아
우리 마을 어귀에 정자가 하나 생겼다. 이웃마을에도, 또 이곳저곳에도 자꾸 정자가 생긴다. 옛날과 달리 정자가 생긴다고 해서 이곳에서 노는 마을 어르신은 아무도 없다. 참말 아무도 없다. 모두들 마을회관에서 느긋하게 드러눕기도 하고 화투도 하고 술도 한잔 하고 밥도 끓여먹고 하신다. 길가에 다른 사람한테 훤히 내다 보이는 자리에서 노는 어르신은 아무도 없다. 쓰거나 앉거나 쉬는 사람 하나 없는 ‘번드레레한 마을 정자’는 니스 냄새가 아직 빠지지도 않는다. 우리 식구조차 이 정자에서 놀 일이 없지만, 모처럼 도시에서 이웃님이 찾아오셨기에 정자에 깃들어 본다. 놀이순이는 이곳에서 니스 냄새가 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저 새롭고 재미난 놀이터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