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달리면서 다 본다
자전거를 혼자 달리던 무렵에는 무엇을 보았을까. 아마 내가 보고픈 모습을 보았겠지. 자전거를 혼자 안 달리고 늘 아이들을 태우면서 달리는 오늘날에는 무엇을 볼까. 아주 마땅히 아이들하고 함께 보려고 하는 모습을 볼 테지.
혼자 달리는 자전거는 그냥 빨리 달려도 된다. 그러나 함께 달리는 자전거는 굳이 빨리 달려야 하지 않는다. 뒤에 앉은 아이들하고 말을 섞을 수 있을 만한 빠르기로 달리고, 뒤에 앉은 아이들도 함께 살피거나 둘러보면서 삶을 느낄 수 있도록 달린다.
“들빛이 어떤 빛깔일까?” “음, 풀빛.” “풀빛이야? 노란 빛깔은 없어?” “응? 아, 여기는 노란 빛깔이 많고 저기는 푸른 빛깔이 많아. 와, 참말 노랑이 많네?”
먼저 심은 논은 일찌감치 노란 물결이 되고, 나중 심은 논은 아직 푸른 기운이 많다. 곧 벼베기를 할 테고, 벼베기를 앞둔 논은 나락도 볏포기도 모두 노랗게 물든다. 나는 이 모습을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달리면서 다 본다. 이제 더 농약을 뿌리지 않을 테니 논길을 홀가분하게 달린다. 드디어 이 가을하고 겨울에는 농약냄새 없는 시골살이를 할 테니 그야말로 기쁘게 들빛을 바라보고 들내음을 마신다. 4348.9.1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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