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지를 들여다보는 글쓰기



  보름 뒤에 선보일 책을 놓고 교정지가 나왔다. 아침부터 틈을 내어 조금씩 살핀다. 이제 250쪽까지 보았고 쉰 쪽을 더 보면 된다. 아이들이 서로 놀면서 살짝살짝 틈을 낼 수 있고, 아이들이 영화를 보는 사이에도 살몃살몃 틈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저녁에 두 아이를 가만가만 재우고 나서 다시금 틈을 낸다. 잘 놀고 잘 먹으며 잘 자는 아이들은 언제나 참으로 사랑스러우면서 고맙다. 아버지는 늘 아이들을 바라보고 어루만지면서 글 한 조각을 매만진다. 이 글 한 조각이 책으로 태어나면 우리 시골집을 보듬는 살림돈을 얻는다. 가을비가 내리고, 가을바람이 차분히 마당을 휘감는다. 고즈넉하게 하룻밤이 저문다. 4348.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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