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아프니까
내 몸이 아프니까 다른 사람은 안 추운데 나 혼자 춥다고 느낄는지 모른다. 내 몸이 아프니까 밥 한 끼니 차리기도 벅차고, 아이들하고 조금 걸을 적에도 힘이 든다. 짐을 들지 않고 걷다가도 오른무릎이 아직 쑤셔서 걸음을 멈추어야 한다. 왼다리로 가만히 서서 오른무릎을 폈다가 접으면서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다친 오른무릎이 아직 다 낫지 않았으니 조금만 일을 해도 쉬 지친다. 몸에 기운이 남았다고 하더라도 오른무릎을 쓸 수 없으니 드러누워야 한다. 그렇지만 처음 오른무릎이 몹시 아플 적에는 엉덩이조차 아파서 쪼그려앉지도 못했다. 이제는 엉덩이가 아프지 않으니 오른다리를 바닥에 곧게 펴고 앉을 만하다.
몸을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니 목소리로만 아이들을 불러야 하기 일쑤이고, 그저 입으로만 아이들한테 심부름을 시키기도 해야 한다. 고분고분 따르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차근차근 도와주는 아이들이 미덥다. 하루 가운데 누워서 지내야 할 때가 퍽 길지만 아이들은 씩씩하게 논다. 햇볕을 쬐거나 풀을 베려고 마당에 서면 아이들은 아버지를 좇아서 마당에서 이리저리 달리면서 논다.
얼른 나아야지, 곧 일어서야지, 다시 자전거를 달려야지, 새롭게 살림을 가꾸어야지, 이제부터 모든 하루를 언제나 처음처럼 맞이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아이들 사이에 누워서 잠들기 앞서 먼저 마음속으로 꿈을 그린다. 4348.9.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