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무릎 고름이 터지다
아침부터 꾸준히 오른무릎 붓기를 식히면서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 주고 부엌일을 조금 하는데 부엌바닥이 자꾸 미끄럽다. 아이들한테 줄 능금을 다 썰고서 후유 한숨을 몰아쉬고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허리를 펴는데, 종아리를 타고 노란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본다. 아, 고름이 터졌네. 부엌바닥에 떨어진 고름부터 닦아낸 뒤 큰아이를 부른다. 약상자를 마루로 가져오라고 이른다. 큰아이한테는 휴지를 뜯어서 아버지 종아리나 정강이로 타고 흐르는 고름을 닦으라 하면서, 나는 탈지면을 식염수로 적셔서 꾹꾹 고름을 짠다. 고름은 아주 신나게 나온다. 얼마나 많은 고름이 오른무릎에 고였을까. 이 고름은 무릎이 잘 낫도록 도와준 아이들일 테지. 피가 섞인 고름을 보며 고맙다고 절을 한다. 더 고름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짜니 다리가 찌릿찌릿 저리면서 온몸이 아프다. 그래 드러누워서 쉬라는 뜻이로구나. 그런데 마침 세탁기는 빨래를 마쳤다고 노래하고, 하는 수 없이 옷가지를 꺼내어 부엌바닥에 내려놓은 뒤에 옷걸이에 꿸 것은 꿴다. 그냥 널 것은 큰아이가 손수 널도록 시킨다. 큰아이가 척척 도와주니 빨래널기를 잘 마친다. 아이들과 함께 누우니 작은아이는 어느새 곯아떨어진다. 한 시간 남짓 누워서 다리를 추스른다. 저녁밥 지을 때까지 이대로 잘 쉬어야지. 잡지사에 보낼 마감글이 여럿 있으나 다리를 더 넉넉히 쉬고서 정갈한 마음이 된 뒤에 쓰자고 생각한다. 하룻밤 자고 나면 훨씬 나아질 테지. 고맙다. 고름이 고맙고, 아이들이 고맙다. 다치고 아픈 몸이 차근차근 나아가는 모습이 고맙다. 4348.9.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