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절하고 나서기



  아버지는 오늘 삼천포로 간다. 삼천포에 있는 용산초등학교 선생님들하고 만나서 삶이랑 넋이랑 말이 얽힌 이야기를 나눈다. 낮 세 시까지 가야 하고, 고흥집에서 아침 일곱 시부터 길을 나선다. 아직 졸음이 떨어지지 않은 몸으로 부시시 일어난 두 아이는 멍하니 있지만, 큰아이는 가방을 꾸려 함께 가겠노라 하지만, 오늘은 아버지 혼자 다녀올게. 모쪼록 어머니랑 즐거이 놀고 배우며 서로 사이좋게 지내렴. 두 아이 볼을 문지른 뒤 제대로 절을 하며 대문을 나선다. 가을로 접어드는 안개가 뽀얗다. 4348.8.28.쇠.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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