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을 감는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5.8.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실을 감으려면 너른 자리가 있어야 한다. 마당이나 마루가 넓어야 비로소 실을 풀어서 다시 감을 수 있다. 뜨개질을 할 적에는 언제나 맨 먼저 실감기부터 한다. 곰곰이 돌아보니, 내 어릴 적에 어머니는 집 밖으로 나와서 계단에서 실감기를 하셨다. 나는 두 손을 위로 들어서 가만히 있고, 어머니는 내 두 손에 실을 친친 감은 뒤, 이 실을 다시 풀어서 실꾸리를 빚으셨다.
아이들은 저희 어머니가 실을 감는 모습을 지켜보고, 실이 감길 적마다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바람이 불고, 실패가 돌며, 맨발로 노는 발자국 소리가 어우러진다. 앞으로 이 모습은 아이들 마음속에 어떤 이야기로 남을 수 있을까.
이제 저녁이 일찍 찾아오고 해가 일찍 진다. ‘일찍’이라고 해도 일곱 시쯤 되어야 해거름이지만, 저녁 더위가 스러졌으니 여름도 곧 저무는구나 하고 느낀다. 도서관 창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간다. 큰아이는 만화책을 한 권 챙긴다. 집에서 다 보면 다시 도서관으로 갖다 놓겠단다. “왜 도서관에도 책이 있고, 집에도 책이 있어?” “우리가 도서관을 하니, 도서관에도 책이 있고 집에도 책이 있지.” “집에 있는 책을 왜 도서관에 갖다 놓아?” “집에 책이 쌓이면 좁으니 도서관에 두지.”
해가 아직 하늘에 걸려서 대롱거릴 적에 빨래를 걷는다. 오늘 저녁도 맛있게 먹고, 저녁놀이도 즐겁게 누리자. 풀벌레 노랫소리가 그윽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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