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7.30.

 : 저녁에 아이들을 두고



  곁님은 배움마실을 떠나며 집을 열흘 남짓 비운다. 내가 혼자 두 아이를 건사한다. 언제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든 아이들을 늘 곁에 둔다. 그런데 저녁에 모과차를 담그다가 설탕이 떨어졌다. 이런 어쩌나. 마저 담가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이다가 두 아이한테 묻는다. “얘들아, 모과차를 담그다가 설탕이 떨어져서 사와야 해. 설탕만 사러 다녀오는 길이니까, 너희는 영화 보면서 기다릴 수 있겠니?” 두 아이는 선선히 “응!” 하고 말한다. 그래, 그러면 너희는 즐겁게 영화를 보렴. 아버지는 쌩 하니 자전거를 달려서 설탕을 사오지.


  저녁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를 몰까 싶었으나, 낮에 한 차례 자전거마실을 했기에 하루 두 차례 자전거마실은 좀 힘들다. 이렇게 하다가는 모과차 담그기를 할 기운이 모두 빠지고 만다.


  여덟 살하고 다섯 살인 두 아이는 저희끼리 집을 보면서 깜깜한 저녁에 오붓하게 영화를 누린다. 25분 만에 쌩하니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아이들은 영화를 보느라 아버지가 다녀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 고맙네.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어. 25분은 그냥 쉽게 흐르는 한때이고, 너희들은 의젓한 시골아이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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