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97) 제군
학생 제군에게
→ 학생 여러분에게
→ 학생 모두한테
→ 학생인 그대들한테
한자말 ‘제군(諸君) ’은 “통솔자나 지도자가 여러 명의 아랫사람을 문어적으로 조금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낱말풀이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한자말 ‘제군’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 군인과 경찰이 으레 쓰던 낱말입니다.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 사회에서 사람들을 억누르면서 함부로 쓰던 낱말이에요.
오늘날 일본에서는 ‘諸君(쇼꾼)’이라는 한자말을 그냥 씁니다. 제국주의나 군국주의 느낌을 풍기려고 이러한 말을 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복’을 입는 자리에서는 언제나 ‘제군’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일본 사회입니다.
“청년 제군들은 아는가” 같은 말은 “청년 여러분은 아는가”나 “젊은 여러분은 아는가”나 “젊은 그대들은 아는가” 같은 말로 고쳐써야 합니다.
학교에서 교사 자리에 선 어른들이 으레 ‘제군’이라는 말을 쓰고, 학생 한 사람이 여러 학생들 앞에 서서 말할 적에도 흔히 ‘제군’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한국말 ‘여러분’으로 바로잡아서 써야 올바릅니다.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런 한자말을 함부로 쓸 일이 아닙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말이라 하더라도 손질해야 마땅합니다. 학교나 정치나 사회에서도 이런 낱말이 깃들지 않도록 잘 추스르거나 거를 수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우리한테는 ‘여러분’하고 ‘그대들’이라는 낱말이 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아낄 말을 즐겁게 쓰면 됩니다. 4348.7.12.해.ㅅㄴㄹ
더 살펴보기
고교생이 된 제군들은 자각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면학에 힘쓰며
→ 고교생이 된 여러분은 스스로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힘껏 배우며
《아마노 코즈에/김유리 옮김-아만츄 1》(학산문화사,2010) 84쪽
제군, 역시 맥주 한잔 하러 가지 않겠나
→ 자네들, 아무래도 맥주 한잔 하러 가지 않겠나
→ 어이, 아무래도 맥주 한잔 하러 가지 않겠나
《다니구치 지로/오주원 옮김-도련님의 시대 1》(세미콜론,2012) 40쪽
※ 이 보기글은 어른 한 사람이 여러 손아랫사람을 바라보면서 “제군!” 하고 부르는 말입니다. 이때에는 “자네들”이나 “여보게”나 “여보게들”이나 “이보게들”이나 “이봐” 같은 말을 넣어야 알맞습니다.
제군! 우리는 무엇을 응원하러 왔나
→ 여러분! 우리는 무엇을 응원하러 왔나
《요시즈키 쿠미치/편집부 옮김-플레이 플레이 소녀》(서울문화사,2015) 147쪽
※ 일본에서는 “紳士淑女諸君”처럼 글을 씁니다. 이 말마디를 살피면 영어로 “ladies and gentleman”을 일본에서 “紳士 淑女”로 옮겼고, 이를 한국에서 “신사 숙녀”처럼 소릿값만 한글로 적는 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신사 숙녀”는 한자말 “紳士 淑女”를 일본말 그대로 쓰더라도 ‘諸君’은 ‘여러분’으로 고쳐서 쓰는 줄 알 수 있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