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빠진 날에 안 쉬면
힘이 빠진 날에 안 쉬면 어떻게 될까? 뭔가 일어난다. 엊저녁에 아이들하고 자전거마실을 다녀온 뒤, 조금 쉬었다가 걸어서 면소재지 놀이터까지 다녀왔다. 두 아이가 꽤 힘들었을 텐데 씩씩하게 걸어서 면소재지까지 오갔다. 모두 십 킬로미터를 걸었는데, 놀이터에서는 놀이터대로 뛰놀고, 걷기는 또 걸었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아이들도 힘들었을 텐데, 어른도 힘이 든다. 그런데 엊저녁에 매실을 손질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유리병을 물로 헹구어 물기를 털다가 그만 미끄러졌고, 개수대에 있던 머그컵 하나를 깨뜨렸다. 몸이 좀 힘들면 매실 손질은 살짝 미뤄도 되었으련만, 유리병 헹구기도 나중에 해도 되었으련만, 왜 나는 굳이 몸이 힘든 때에도 이 모두를 다 하려 했을까.
몸이 어떠한가를 새삼스레 깨닫고는 밤일(밤에 할 일)을 모두 안 하기로 한다. 그러고는 푹 잔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미룬 일을 하나씩 한다. 그래, 하루쯤 미뤄도 된다. 힘이 빠져서 몸을 쓰기 힘들면, 힘이 돌아올 때까지 몸을 쉴 노릇이다. 머그잔 하나를 깨뜨리고 곁님한테 퉁을 한 마디 들으면서 다시 깨우친다. 4348.6.1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