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5.31.

 : 꽃치마 입고 달리는 길



꽃순이가 꽃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달리겠단다. 이 꽃치마는 ‘기모노’라고 하는 일본옷인데, 일본에서는 저희 겨레 옷에 꽃무늬를 참 큼지막하게 새겨 넣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치마는 ‘꽃치마’라고 해도 되지 싶다. 모든 기모노가 꽃치마는 아닐 테지만, 꽃무늬 치마가 많은 기모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여름 시골길은 시원하다. 맞바람일 적에는 더 시원하고, 등바람일 적에는 덜 시원하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더라도 발판을 알맞게 구르면 땀이 흐르지 않는다. 힘을 많이 내어 빨리 달리려고 하면 땀이 흐르지만, 느긋하게 산들바람을 쐬면서 자전거를 달리려고 할 적에는 그야말로 느긋하면서 시원하다.


먼 길을 걷는다고 해서 꼭 땀이 흐르지 않는다. 알맞다 싶은 빠르기보다 더 빠르게 걸으려고 하면 땀이 흐르기 마련이요, 짐을 무겁게 짊어질 적에도 땀이 흐르기 마련이다. 홀가분한 차림으로 가볍게 걸으면 한여름에도 땀이 흐를 일은 드물다.


마을에서 벗어나 면소재지로 접어드는 길목에 금계국이라는 샛노란 꽃이 가득 피었다. 여름이로구나. 큰아이가 저 노란 꽃은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래서 큰아이한테 “무슨 꽃일까? 저 샛노랗게 예쁜 꽃은 무슨 꽃일까? 벼리가 스스로 이름을 붙여 주면 꽃이 좋아할 텐데.” 하고 말한다. 이럴 때에 여덟 살 큰아이는 아직 ‘노란꽃!’이라고만 말하는데, 조금 더 생각을 쏟아서 꽃을 바라보고 숲을 마주한다면 꼭 알맞춤한 새 이름을 지을 수 있으리라 본다.


- 놀이터에서 땡볕을 쬐면서 실컷 논 뒤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손발을 씻기고 낮잠을 재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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