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글쓰기
나는 ‘모든 것을 알면’서 글을 쓸까? ‘모든 것을 다 알 때’에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을까? 내가 쓰는 글은 언제나 ‘내가 오늘 이곳에서 아는 만큼’ 쓰는 글이다. 그러니, 바로 모레에 글을 새로 쓴다면 오늘 쓰는 글보다 더 알아내어 글을 쓰는 셈이 된다. 다만, 나로서는 날마다 새로 알거나 배우는 대목이 있으나 미처 못 알아채거나 몰라보는 대목이 있을 수 있다. 나 스스로 내 머리(뇌)를 오롯이(100퍼센트) 열어서 글을 쓰지 않는다면, 나는 ‘모든 것을 제대로 바라보는 눈길’로 글을 쓸 수 없다.
아직 나는 내 머리를 오롯이 연 채 글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에서 잘못되거나 미처 못 깨달은 대목이 나타난다. 이때에 고마운 이웃님이 이 대목을 넌지시 알려준다.
이웃님이 고맙게 알려줄 적마다 곰곰이 헤아려 본다. 내가 글을 쓰지 않았으면 ‘내가 제대로 몰랐던 대목’을 어느 만큼 알았을까? 내가 글을 쓰지 않거나 말을 하지 않았으면, 나는 참말 ‘얼마나 제대로 아는 사람’이었을까?
어설프거나 어수룩한 채 글을 쓰는 일은 바보스러울 수 있지만, 잘못되거나 나쁘지 않다고 느낀다. 어설프거나 어수룩한 채 글을 쓰다 보면, 나를 도와주는 고마운 이웃이 꼭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을 쓰는 사람은 늘 씩씩하게 쓸 노릇이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려도 다 괜찮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찬찬히 짚어 주거나 알려주는 놀라운 이웃님도 있으니까. 4348.4.7.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