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언제나 동생한테 미뤄 주지



  바깥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 아이는 신나게 달린다. 다리가 짧고 키도 작은 둘째는 으레 뒤로 처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으앙 하고 울면서 누나더러 “멈춰!” 하고 외치든지 “내가 먼저 갈래!” 하고 소리를 지른다. 첫째는 이런 동생한테 “네 앞에서 안 달리고 옆에서 같이 달리잖아!” 하고 맞받는다. 동생은 누나가 이리 말해도 ‘저랑 나란히 달리기’를 하는 몸짓으로도 저보다 빠르다고 여기는구나 싶다. 대문을 열 적에 먼저 열고 싶은 동생은 누나가 대문에 먼저 손이라도 댈라치면 꽥 하고 소리를 지른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하고 여길 수 있지만, 키도 크고 어떤 일이든 다 잘하는 누나가 혼자서 대문을 열면 저는 대문을 열 틈이 없으니 소리라도 지를밖에 없기도 하겠다고 느낀다. 사름벼리는 언제나 동생한테 미뤄 준다. 동생이 먼저 하거나 스스로 하도록 도와준다. 4348.4.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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