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은 파는 것 (루스 크라우스·모리스 샌닥) 시공주니어 펴냄, 2013.11.25.
그림책 《구멍은 파는 것》은 어린이 눈길로 바라보면서 말을 생각하는 재미난 이야기꾸러미이다. 참말로 재미난 말놀이 그림책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영어를 물려받으면서 노는 아이’ 눈높이에서 처음 태어났다. 그러니까, 이 그림책을 한국말로 옮기려 한다면 ‘한국에서 한국말을 물려받으면서 노는 아이’ 눈높이를 헤아려야 한다. 한국말로 “구멍은 파는 것”이라는 말이 맞을까? 아니다. 아이들은 “구멍은 판다”처럼 말한다. “손은 서로 꼭 잡는 것”이 아니라 “손은 서로 꼭 잡는다”라든지 “손은 서로 꼭 잡지”처럼 말한다. “구멍은 쏙 들어가 앉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 이때에는 ‘구멍’이 아닌 ‘구덩이’라 해야 하며 “구덩이는 쏙 들어가 앉는 데”나 “구덩이는 쏙 들어가 앉는 자리”라 해야 한다. 아기자기하면서 예쁜 그림이 가득한 사랑스러운 그림책인데, 번역 좀 제발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번역으로 이 나라 아이들한테 어떻게 말놀이를 시킬 수 있을까.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