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자는 동안 영화를



  다른 세 식구가 자는 동안 영화를 본다. 나중에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무엇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본다. 내가 고른 영화는 〈늑대와 함께 춤을〉이다. 이 영화는 내가 중학교 3학년이던 해에 나왔는데, 그해에는 이 영화를 못 보았다.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중학교를 다닐 적에도 새벽 여섯 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 학교에 있었으니 극장에 갈 겨를이 없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주말이나 휴일조차 없었기에, ‘학교 바깥’에서 이 영화를 놓고 수많은 말이 많았어도, 어찌 볼 틈이 없었다. 올해가 2015년이니 스물다섯 해가 지난 뒤에야 이 영화를 본다. 나는 지난 스물다섯 해 동안 무엇을 보았을까. 우리 사회는 지난 스물다섯 해 동안 어떻게 흘렀을까. 〈늑대와 함께 춤을〉은 어린 두 아이하고 보기에는 아직 쉽지 않은 영화로구나 싶은데, 두 아이가 더 자라면 이 영화를 볼 수 있겠지.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가만히 구름과 하늘과 들이 어우러지는 빛깔을 헤아려 본다. 4348.3.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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