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37. 봄꽃과 겨울꽃



  봄에 피어나기에 봄꽃입니다. 겨울에 피기에 겨울꽃입니다. 봄에는 따스한 봄볕을 쬐고 보드라운 봄바람을 쐬면서 봄꽃이 핍니다. 겨울에는 차갑고 거친 볕과 바람을 맞아들이면서 겨울꽃이 핍니다. 그런데, 봄꽃이 가끔 겨울에도 핍니다. 그러면, 이 봄꽃은 봄꽃이 될까요, 겨울꽃이 될까요. 한겨울에 꽃송이를 내미는 이 꽃한테는 어떤 이름을 붙여 주어야 할까요.


  봄에 피어나는 꽃이 가을에도 피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민들레꽃은 봄민들레와 가을민들레가 있습니다. 봄철 가운데 아주 이른 봄에 피는 꽃은 겨울 막바지부터 꽃송이를 내미는데, 이 봄꽃은 가을이 저물고 겨울로 접어드는 철에도 피기 일쑤입니다. 겨울이 저무는 봄과 겨울로 다가서는 가을은 볕과 바람과 날씨가 엇비슷하거든요. 게다가, 이 들꽃이 겨울 첫무렵에 처음 꽃송이를 내밀면, 한겨울을 지나고 봄이 올 때까지 안 시들고 씩씩하게 버팁니다. 이러면서 새봄에 다시금 꽃송이를 벌려요.


  사진이면 모두 사진입니다. 이것은 사진이고 저것은 사진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이 사진은 어떤 사진이고 저 사진은 어떤 사진이 될까요. 우리는 두 가지 사진을 바라보면서 저마다 어떤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을까요. 우리가 두 가지 사진에 붙이는 이름은 사진에 걸맞을까요. 아니면, 우리는 두 가지 사진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섣불리 이름을 붙이지는 않을까요. 게다가, 두 가지 사진은 서로 다르면서도 같고, 서로 멀리 떨어진 듯하면서도 늘 어깨동무를 할 수 있어요. 이때에 우리는 두 가지 사진을 어떤 눈길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문화나 예술은 똑 떨어진 채 있지 않습니다. 이것만 문화이고 저것만 예술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문화가 되는 문화는 없고, 오직 예술이 되는 예술은 없습니다. ‘전문 문화’나 ‘전문 예술’이란 없습니다. 삶이 있을 때에, 삶은 삶이면서 문화가 됩니다. 삶이 있기에, 삶은 삶이면서 예술이 됩니다.


  사진은 언제나 사진이면서 삶입니다. 사진은 늘 사진이면서 사랑입니다. 사진은 노상 사진이면서 꿈입니다. 봄꽃이 봄꽃이면서 겨울꽃이듯이, 사진은 사진이면서 새로운 숨결로 거듭납니다. 4348.3.1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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