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699) 저희
저는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에 있는 양곡고등학교 역사 교사입니다. 저희 학교는 흙 냄새, 나무 냄새,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시골 학교입니다
《이경수-가슴으로 크는 아이들》(푸르메,2006) 머리말
저희 학교는
→ 양곡고등학교는
→ 우리 학교는
→ 이 학교는
→ 이곳은
…
“저희 나라”나 “저희 회사”처럼 쓰면 잘못이라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그럴 테지요. “우리 형”이나 “우리 어머니”이지 “저희 형”이나 “저희 어머니”가 아니니까요. 낮춤말로 쓰는 ‘저희’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를 아우르는 대이름씨” ‘우리’와 헷갈리는 셈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헷갈릴까요. 왜 이렇게 잘못 쓸까요. 어릴 적부터 한국말을 제대로 못 배운 탓일 테고, 집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한국말을 올바로 익히지 못한 탓입니다. 오늘날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엉뚱하게 쓰면서 어느 누구도 제대로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틀린 말을 엉뚱하게 쓰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요. 이렇게 고쳐야지요.’ 하고 일러 줄 어른이 없기도 하고, 애써 일러 주어도 틀린 말버릇을 바로잡지 않은 탓입니다.
‘우리’의 낮춤말
→ ‘우리’를 낮춘 말
→ ‘우리’를 낮추어 쓰는 말
→ 이쪽을 낮추면서 저쪽을 높이려고 쓰는 말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저희’를 풀이하면서 “‘우리’의 낮춤말”처럼 적습니다. 이 말풀이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의’를 넣는 말풀이보다 틀렸지요. 적어도 “‘우리’를 낮춘 말”로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학교이름을 밝혀 주면 됩니다. “우리 학교”로 고쳐도 좋고 “이 학교”라고만 해도 됩니다. 보기글 끝에 “시골 학교입니다”라 말하니 “이곳은”이라고 해도 돼요.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왜 이렇게 잘못 쓸까요. 이렇게 잘못 쓴 말을 글쓴이가 몰랐다 해도, 이 글을 책으로 펴내는 사람은 왜 못 잡아챘을까요. 잡아챘어도 바로잡지 않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왜 바로잡지 않았을까요.
부끄러운 줄 모르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한국말을 깊거나 넓게 헤아리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엮은 《표준국어대사전》 말풀이와 보기글도 얄궂습니다. 다른 한국말사전에서는 ‘저희’를 ‘우리 3’ 낮춤말로 다루지 않으나, 국립국어원에서는 ‘저희’를 ‘우리 3’ 낮춤말로 다룹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한국말사전에서 ‘우리 3’을 보면 다음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우리 엄마 / 우리 마누라 / 우리 신랑 / 우리 아기
우리 동네 / 우리 학교 교정은 넓지는 않지만 깨끗하다
“저희 엄마”나 “저희 마누라”로 쓸 수 없습니다. “저희 신랑”이나 “저희 아기”라고 쓸 수 없습니다. 내가 나를 낮출 수는 있으나, 내가 다른 사람을 낮출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동네”와 “저희 학교”처럼 쓰는 말투는 모두 틀립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 말풀이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면, ‘나’를 낮추어서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 엄마
→ 제 어머니
→ 저를 낳은 어머니
우리 아기
→ 제 아기
→ 제가 낳은 아기
저희 학교
→ 제가 일하는 학교
→ 제가 다니는 학교
저희 마을
→ 제가 사는 마을
→ 제가 사랑하는 마을
‘나’를 낮추려면 ‘저’를 쓸 노릇입니다. 어른 앞에서 ‘나’와 ‘언니(또는 누나나 형)’를 아울러서 낮추려 할 적에는 ‘저희’나 ‘저희들’처럼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에도 “저희 형”이나 “저희 언니”가 아닙니다. “제 형”이나 “제 언니”라고 해야 올바릅니다. ‘저희’를 쓰려면 “저희가 했어요”나 “저희들이 할게요”처럼 씁니다. 다만, 이런 ‘저희/저희들’은 형이나 언니 자리에 있는 사람이 쓰고, 동생이 말한다면 ‘우리’라고 쓰면 됩니다. 4340.2.11.해/4348.2.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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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에 있는 양곡고등학교 역사 교사입니다. 우리 학교는 흙 냄새, 나무 냄새,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시골 학교입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양촌면의 양곡고등학교의 역사 교사”처럼 쓰지 않고 “양촌면에 있는 양곡고등학교 역사 교사”처럼 알맞게 잘 적습니다.
저희
1. ‘우리 2’의 낮춤말
- 저희를 살려 주는 셈 치고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
저희 때문에 선배님이 고생하시는군요
2. ‘우리 3’의 낮춤말
- 저희 회사에서 이번에 새로 개발한 신제품입니다 /
언제라도 저희 집에 들러 주십시오
3. 앞에서 이미 말하였거나 나온 바 있는 사람들을 도로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 아들 내외가 사정을 하러 찾아 왔지만 저희가 뭐라 해도 내 마음은 바뀌지 않아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