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74. 2015.2.22. 매화나무 곁에서



  아침에 우리 집 나무들한테 인사하자고 하니, 여덟 살 꽃순이는 할아버지한테서 선물로 받은 옷을 차려입고서 온갖 나무를 두루 돌다가 매화나무 곁에 서서 가만히 줄기를 쓰다듬고 꽃몽오리를 어루만지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매화꽃이 얼른 피기를 바라면서 매화나무 곁에 오래오래 서서 곰곰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 매화나무에 매화꽃이 곧 필 테니 날마다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렴. 다만, 이 아이들은 제때에 제대로 활짝 피어날 테니까, 너무 일찍 꽃이 터지라고 하지는 말자. 꽃이 활짝 피고 난 뒤에 꽃샘추위가 찾아들면 이 아이들은 찬바람에 벌벌 떨어야 하거든. 따사로운 볕과 바람으로 하루가 가득한 날에 이 아이들이 모두 방긋방긋 웃으면서 터질 테니, 이튿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자주 찾아와서 상냥하게 인사하면서 이야기하자.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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