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글쓰기



  누가 나를 믿는대서 내 할 일을 잘하지 않는다. 누가 나를 못 믿거나 ‘증거를 보여주어야 믿는다’고 해서 내 일을 못하지 않는다. 나는 늘 내가 할 일을 하면서 내 갈 길을 간다. 그동안 내가 보여준 것을 보고도 믿지 않는다 하면,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도 ‘또 새로운 것(증거)’을 바랄 테니, ‘내가 아닌 남’이 믿도록 이끌 수 있는 길은 없다. 다만, 나는 늘 나를 바라보면서 내 길을 가기에, 나는 ‘곧·제때에·제대로’ 내 길을 기쁘게 걸어가면서 내 삶을 내 넋에 따라 제자리에서 제결을 살리는 제구실로 흐르는 제모습으로 드러나도록 하리라 본다. 나는 늘 내 일을 하면서 숨을 쉬고 사니까. 그러니까, 나는 누가 내 글을 더 많이 읽어 준대서 글을 더 잘 쓰지 않는다. 누가 내 글을 거의 안 읽어 준다 하더라도 글을 못 쓰지 않는다. 한 권 팔리고 그치는 책을 쓰든, 십만 권이나 백만 권이 팔릴 만한 책을 쓰든, 두 가지 책에 깃든 넋은 같다. 나는 ‘남한테 보여주는’ 글이 아니라, ‘나 스스로 삶을 짓는 길을 걷는 동안’ 글을 쓴다. 4348.2.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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