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한테 빨래를 맡기면



  기계한테 빨래를 맡기면 일손이 준다. 다만, 비비고 헹구고 짜는 일손이 줄 뿐, 빨래를 마친 옷가지를 꺼내어 너는 일손은 고스란히 있다. 손으로 옷가지를 빨면, 다 빨고 나서 곧바로 마당에 내다 너는데, 기계한테 빨래를 맡기면, 빨래가 다 된 줄 모르는 채 여러 시간이 흐르기 일쑤이다. 기계에 뜨는 ‘몇 분 남았다’는 알림글을 보면서도 다른 일손을 잡느라 그만 잊기 일쑤이다.


  빨래를 기계한테 맡기면, 이동안 밥을 짓거나 걸레질을 할 수 있다. 빨래를 기계한테 맡기는 사이 책을 몇 줄 읽을 수 있다. 빨래를 기계한테 맡기기에 아이들과 몇 분 더 어우러져 놀 수 있다. 그런데, 손으로 빨래를 하면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기면서 집살림을 보여주거나 가르칠 수 있다. 손으로 빨래를 하기에 아이들은 ‘빨래란 이렇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고, 어린 나이에도 손수 제 옷가지를 빨고 싶은 마음이 솟는다. 때로는 ‘어머니 옷’이나 ‘아버지 옷’이나 ‘동생 옷’을 빨아서 주고 싶은 마음이 솟는다.


  이불이나 청바지를 손으로 빠니까 힘들까? 아니다, 힘들지 않다. 혼자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다. 어버이는 집에서 아이한테 빨래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여느 어른은 학교에서 아이한테 빨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4348.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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