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아이가 뱃속 아기한테 들려주는



  여덟 살 아이가 뱃속 아기한테 그림책을 읽어 준다. 우리 집 큰아이가 일산 이모네 집으로 놀러와서 그림책을 읽어 준다. 이모가 가운데에 눕고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저마다 이모 옆에 누워서 함께 그림책을 들여다보면, 큰아이가 씩씩하게 맑은 목소리로 그림책을 읽는다. 그림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따라 노래도 부르고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뽑는다.


  이모 뱃속에서 자라는 아기는 언니가 들려주는 목소리를 노랫결처럼 들으면서 웃을 테지. 뱃속 아기는 저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는 언니가 궁금할 테지. 아이가 태어나 사랑을 받으면서 천천히 자라고, 차츰 철이 들면서 몸과 마음이 여무는 아이는 어느덧 동생을 아끼고 돌볼 줄 아는 숨결로 우뚝 선다. 어여쁜 숨결은 새로운 숨결한테 고운 기운을 물려준다. 새롭게 이 땅에 두 발을 디딜 아이도 사랑을 받으면서 찬찬히 자랄 테고, 나중에 제 동생이 될 아기한테 멋진 목소리로 기쁘게 이야기를 들려주겠지. 4348.2.8.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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