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다 오면 깨워 주세요
읍내마실을 다녀온다. 두 아이 모두 들떴기에, 읍내로 가는 길에서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좀처럼 잠들지 않으려 하지만, 작은아이는 버스에서 코 잠든다. 이와 달리 큰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길에서 무척 졸린지 자꾸 걸상과 창턱에 기대는데, 그냥 걱정하지 않고 자면 될 텐데 좀처럼 안 자려 한다. 이러다가 “아버지, 집에 다 오면 깨워 주세요.” 하고 한 마디 한다. “그래, 깨워 줄 테니, 느긋하게 자렴.” 이제 마음을 놓으려나. 이제 마음을 놓았나. 참으로 예쁜 아이롤세 하고 생각하며 쳐다보는데, 큰아이는 다시 눈을 뜬다. 아이쿠. 그냥 자면 될 텐데 왜 또 눈을 뜨니. 아무래도 큰아이는 아는 듯하다. 제가 그냥 잠들면, 아버지는 ‘동생과 저(큰아이)’를 몽땅 품에 안고 짐까지 든 몸으로 내려야 하는 줄 아는구나 싶다. 예전에 몇 차례 이런 일이 있었는데, 큰아이는 이때에 아버지가 얼마나 힘이 많이 드는가를 깊이 느낀 듯하다.
아이야, 괜찮단다. 아버지는 너희 둘을 안고 큰가방을 뒤에 메고 한손에 또 짐꾸러미를 들어도 무겁지 않단다. 그쯤 얼마든지 하지. 너희 둘이 날마다 몸무게가 불어도 아버지는 너희가 무겁다고 생각한 적이 아직 없어. 그러니, 버스길에서 고단하면 그냥 자면 돼. 네 아버지 팔과 품은 너희를 모두 안고 다닐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단다. 4348.1.2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