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두 살에 춤꾼이 되다
나는 언제나 내가 되어 나로 살고 싶다. 그래서 내가 나로 되지 못하는 얼거리하고 그동안 싸우면서 부딪혔다. 마흔두 해째 내 삶을 이곳에서 누리는 요즈막에, 나는 내가 아주 어릴 적에 내 마음밭에 심은 작은 씨앗 한 톨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작은 씨앗이 깨어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가만히 내 꿈을 바라본다.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러한 여러 가지를 곰곰이 생각한다. 내 생각이 씨앗에서 끝나지 않고, 내 몸속에서는 새로운 씨톨이 될 수 있도록 보듬는다. 따사롭고 너그러운 바람이 된 손길로 보듬는다.
마흔두 살에 춤꾼이 된다. 마흔두 살을 살기까지 내 마음에서 억눌려야 하던 불꽃을 지핀다. 나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춤꾼이었으나, 내 춤꾼은 그지없이 짓눌려야 했다. 어릴 적에 국민학교에서는 ‘주의력 부족’이나 ‘산만하다’ 같은 이름을 둘레 사회의식 어른들이 나한테 붙였고, 어린이를 지나 어른이 되니, 나한테 ‘가만히 안 있고 꼼지락거리지 말라’ 하거나 ‘내 몸을 내가 주물러서 스스로 고친다’ 같은 말을 한다. 그러나 이 모두 나를 가리키는 이름이나 모습이 아니다. 나는 춤꾼이다. 나는 춤꾼이기에 늘 내 몸을 움직이면서 삶을 짓는다. 글을 쓰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춘다. 밥을 지으면서 춤을 추고, 자전거를 달리면서 춤을 춘다. 사진을 찍으면서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춤을 춘다.
이제 나는 춤을 춘다. 춤을 추니 몸이 살아난다. 몸이 살아나면서 마음이 맑게 빛난다. 마음이 맑게 빛나는 사이, 어느새 빛도 어둠도 아닌 꿈이 사랑조각으로 피어나고, 이 사랑조각은 차분히 가라앉다가 온누리로 골골샅샅 퍼져서 별이 된다. 내 마음눈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보면서 나와 함께 살았다. 4348.1.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