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38) 이해가 되다
“아, 이해가 되는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맞아요, 우리는 성장하면서 추억과 상처를 갖게 되지요.”
《이정록-미술왕》(한겨레아이들,2014) 54쪽
아, 이해가 되는군요
→ 아, 알겠군요
→ 아, 그렇군요
→ 아, 알 만하군요
→ 아, 그래요
→ 아하
…
‘이해(理解)’라는 한자말은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2) 깨달아 앎. 또는 잘 알아서 받아들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분별(分別)’은 “서로 다른 일이나 사물을 구별하여 가름”을 가리키고, ‘해석(解析)’은 “사물을 자세히 풀어서 논리적으로 밝힘”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별(區別)’은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갈라놓음”을 가리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분별’을 “구별하여 가름”으로 적은 풀이는 “갈라놓아서 가름”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터무니없는 겹말풀이입니다. 아무튼, ‘이해 (1)’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찬찬히 살피면, “어떤 일을 찬찬히 가르고 풀어서 밝힘”을 뜻하는 셈입니다. ‘이해 (2)’은 말뜻 그대로 “깨달아 앎”입니다.
‘이해 (1)’는 “문학에 이해가 깊다”나 “온전히 이해하다”처럼 쓴다고 합니다. 그러니, “문학을 깊이 살펴서 볼 줄 안다”나 “오롯이 살필 줄 알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이해 (2)’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나 “이해가 빠르다”처럼 쓴다고 합니다. 그러니, “잘 알다”나 “빠르게 알다”를 가리키는 셈이에요.
이 보기글을 보면, “아, 이해가 되는군요”처럼 적은 뒤 곧바로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하고 적습니다. 두 말은 뜻이 같습니다. 같은 뜻인데, 하나는 한자말을 써서 적고, 다른 하나는 한국말로 적습니다.
자, 너희들 이해했니?
→ 자, 너희들 알겠니?
→ 자, 너희들 알아듣겠니?
얘야, 이해가 안 되니?
→ 얘야, 잘 알지 못하겠니?
→ 얘야, 잘 모르겠니?
왜 이렇게 이해를 못 하니?
→ 왜 이렇게 못 알아듣니?
→ 왜 이렇게 모르니?
‘이해’는 “잘 살핌”과 “잘 앎”을 뜻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이해가 가다”라 한다면 “‘잘 살핌’을 가다”나 “‘잘 앎’을 가다”처럼 말하는 셈입니다. “이해가 되다”라 한다면 “‘잘 살핌’을 되다”나 “‘잘 앎’을 되다”처럼 말하는 셈이에요.
이렇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도 있다고 할 테지만, 어쩐지 앞뒤가 어긋난 말을 잘못 쓰는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앎이 간다”나 “앎이 된다” 꼴로 엉성하게 말을 하지 말고, “잘 알다”나 “잘 알겠니?”나 “잘 모르겠니?”처럼 뜻이 또렷하고 글짜임도 올바로 말을 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한자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한자말을 쓰더라도 똑바로 써야 합니다. 어떤 말이든 제자리에 제대로 쓰지 않으면 말뜻과 말짜임이 모두 엉성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고받을 말은 가장 정갈하면서 곱고 사랑스러우면서 쉬울 때에 환하게 빛날 만합니다. 4347.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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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맞아요, 우리는 자라면서 이야기와 생채기를 쌓지요.”
‘성장(成長)하면서’는 ‘자라면서’로 손봅니다. “추억(追憶)과 상처(傷處)”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이야기와 생채기를 쌓지요”나 “이야기와 아픔을 쌓지요”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갖게 되지요”는 “갖지요”로 고쳐쓰는데, “쌓지요”로 고쳐써도 잘 어울립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