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77. 나하고 같이 보겠니



  아이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어버이가 아이를 부르는 일이 잦고, 아이가 어버이를 부르는 일이 잦습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것이 있으면 어버이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저희 눈에 곱게 보이는 것이 있을 적에도 어버이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저희 마음에 즐겁게 드는 것이 있을 적에도 어버이를 부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맛난 것이 있을 적에 혼자 다 먹지 않고, 동생을 부르든 언니를 부르든 어버이를 부르든 동생을 부르든, 누군가를 꼭 부릅니다. 왜냐하면, ‘좋은 것을 함께 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갓 태어난 뒤부터 찍은 사진을 조그마한 사진첩에 그러모읍니다. 아이들은 가끔 이 사진첩을 들여다봅니다. 아이들은 저희가 이렇게 어린 모습으로 지낸 줄 미처 못 떠올리고는 합니다. 깔깔깔 웃으면서 무척 재미있어 합니다. 이러면서 어머니나 아버지를 부르면서 사진을 보여줍니다. “이것 좀 봐요! 하하하!”


  사진을 찍는 우리는 이 사진을 누구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될는지 곰곰이 돌아봅니다. 나 혼자 돌아보면 즐거운 사진인지, 한솥밥 먹는 한집 사람들과 돌아보면 즐거운 사진인지, 가까운 이웃이나 동무하고 돌아보면 즐거운 사진인지, 낯선 수많은 이웃하고도 돌아보면 즐거운 사진인지 돌아봅니다.


  내가 즐겁고 기쁘면서 곱게 찍은 사진은 나한테 낯선 이웃한테도 즐겁고 기쁘면서 고운 빛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나한테 낯선 다른 이웃이 즐겁고 기쁘면서 곱게 찍은 사진은 나한테까지 즐겁고 기쁘면서 고운 빛을 베풀어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이 나한테 낯선 누군가한테까지 푸른 숨결로 다가갈 수 있는지 없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내가 활짝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라면, 내 웃음이 천천히 흘러 ‘웃음을 바라는 이웃’ 가슴으로 살며시 다가갈 만합니다. 내 이웃이 까르르 노래하면서 찍은 사진이라면, 내 이웃 웃음이 가만히 흘러 ‘웃음을 기다리는 내’ 가슴으로 조용히 다가올 만합니다.


  재미난 책을 함께 읽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맛난 밥을 함께 먹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기쁜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아름다운 숲길을 함께 걷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사진을 함께 보면서 어깨동무하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나는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아이 마음’을 아이한테서 늘 새롭게 배웁니다. 4347.1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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