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58 : ‘학교’에 ‘등교’해서
화실을 나와 오후에 학교에 등교해서 수업을 마치면, 늦은 밤이 되었다
《이두호-무식하면 용감하다》(행복한만화가게,2006) 42쪽
학교에 등교해서
→ 학교에 가서
학교에 가는 일을 가리켜 ‘등교’라는 한자말을 쓰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일을 가리켜 ‘하교’라는 한자말을 쓰기도 하고요.
등교 시간
→ 학교 갈 때 . 학교 가는 때
우리 학교는 등교 때마다
→ 우리 학교는 아침마다
“학교에 등교하다”와 같은 말마디는 겹말입니다. 생각해 보셔요. “학교를 하교하다”라고 안 하지요. “학교에 가다”요 “학교를 마치다”입니다. “학교로 가다”와 “집으로 오다”입니다.
한자말이라고 해서 쓰지 말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만, 한자말을 너무 좋아하거나 즐겨서 쓰면, 나도 모르게 겹치기가 되는 말을 쓰곤 합니다. 어느새 겹말이 손과 입에 익은 나머지, 옳고 바르게 쓰는 말투하고 멀어지고 맙니다. 4340.5.4.쇠/4347.10.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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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실을 나와 낮에 학교에 가서 수업을 마치면, 늦은 밤이 되었다
‘오후(午後)’는 ‘낮’으로 손질합니다.
등교(登校) : 학생이 학교에 감
- 등교 시간 / 우리 학교는 등교 때마다
..
겹말 손질 349 : 학교 가고 등교하고
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 버스에서 내리면 / 언제나 같은 직선 도로로 / 등교를 한다. / 등교하는 길에는 / 중간 중간 샛길이 나 있다
《경남여고 아이들-기절했다 깬 것 같다》(나라말,2011) 18쪽
등교를 한다
→ 학교에 간다
등교하는 길에는
→ 학교 가는 길에는
이 글월을 보면 앞쪽에 “학교 갈”이라 적는데, 뒤쪽에 “등교를 한다”와 “등교하는”처럼 적습니다. 왜 앞과 뒤에 다른 말을 적었을까요. 왜 뒤쪽은 앞쪽처럼 “학교 가다”라 적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처음에는 “학교에 가다”와 “집으로 가다”처럼 쓸 테지만, 학교에서는 으레 ‘등교·하교’와 ‘등하교’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어른들이 학교에서 쓰는 한자말에 길듭니다. 이리하여, 이 보기글처럼 두 가지 말을 뒤죽박죽 섞어서 씁니다. 4347.10.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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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 버스에서 내리면 / 언제나 같은 곧은 길로 / 학교를 간다. / 학교 가는 길에는 / 이곳저곳 샛길이 있다
“직선(直線) 도로(道路)로”는 “곧은 길로”로 손봅니다. “중간(中間) 중간(中間)”은 “사이 사이”로 손질해야 할 텐데, 바로 ‘샛길’이 나오니, “이곳저곳”이나 “여기저기”로 손질합니다. “나 있다”는 “있다”로 고쳐씁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