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방송과 글쓰기
내가 아이들과 시골에서 살며 도서관을 꾸리는 일을 다큐방송으로 찍고픈 이들이 많은 듯하다. 그림이 되기 때문에 다큐방송을 찍고 싶어 할까. 그림이 되면서 뭔가 보여줄 수 있다고 여겨 찍고 싶어 할까. 매체에 1분이 나오는 방송을 찍거나 1시간이 나오는 방송을 찍거나 기운을 많이 쏟아야 한다. 신문에 1줄이 나오는 취재를 받거나 1쪽을 통틀어 나오는 취재를 받거나 힘을 많이 들여야 한다. 어떤 취재이든 참으로 고달프다고 다시금 느낀다. 얼마나 고달픈가 하면, 취재를 받아야 하는 날은 내가 늘 하는 일인 글쓰기를 할 기운이 바닥이 난다. 덜컹거리는 시외버스에서조차 글을 쓰는데, 취재를 받는 동안에는 ‘묻는 이야기’에 대꾸를 해야 하니, 내 생각을 내 공책에 옮겨적는 일을 할 수 없다. 나한테는 이런 일이 몹시 괴로울 뿐 아니라 힘들다. 취재를 받아야 하는 내내 한 가지를 떠올렸다. 면소재지 고등학교 독서 동아리 아이들한테 들려줄 글을 얼른 써야겠고, 뒤꼍 풀밭에 우거진 풀을 낫으로 베고 싶다고. 풀을 베거나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나들이를 다니면, 새롭게 기운이 솟아 씩씩하게 새 글을 쓸 수 있는데, 취재 받기는 영 나하고는 안 어울리는 일인 줄 깨닫는다. 4347.9.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