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399) 조수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가서 선생님의 조수 역할을 했다

《박정희-나의 수채화 인생》(미다스북스,2005) 43쪽


 선생님의 조수 역할을 했다

→ 선생님 심부름꾼을 했다

→ 선생님 곁꾼 노릇을 했다

→ 선생님 일을 도왔다

→ 선생님을 도와주었다

→ 선생님 일손을 거들었다

 …



  일손을 거들거나 도왔다면 ‘거들다’나 ‘돕다’라는 낱말을 넣으면 됩니다. “일손을 덜어 주다”라 해도 되고 “심부름꾼처럼 일했다”고 해도 됩니다. 보기글에서는 “함께 일했다”나 “함께 가르쳤다”라고 적어도 어울립니다. ‘助手’ 같은 말은 안 써도 됩니다. 그러나 “돕는 사람”을 가리키는 ‘조수’라는 한자말은 어떤 직업을 가리키는 이름처럼 굳어집니다. 일을 도우면서 ‘돕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차츰 줄어듭니다.


  한국말로 ‘곁꾼’과 ‘손도울이’가 있습니다. 곁에서 일을 돕는 사람을 ‘곁꾼’이라 합니다. 공장에서 일을 거들든, 영화감독 곁에서 일을 돕든, 이렇게 일을 거들거나 도우면 ‘곁꾼’입니다.


  낱낱 수를 세면 수를 센다고 하면 됩니다. ‘條數’를 따져야 하지 않습니다. ‘노잡이’는 ‘漕手’가 아닌 ‘노잡이’입니다. 대추와 포는 ‘棗脩’가 아닌 ‘대추 포’입니다. 새와 짐승은 ‘鳥獸’가 아닌 ‘새와 짐승’이에요.


  밀물과 썰물을 아우르는 낱말 ‘미세기’가 있습니다. 한국은 동녘과 서녘과 남녘으로 바다입니다. 동녘에는 밀물썰물을 보기 어렵다지만, 서녘과 남녘에서는 언제나 밀물썰물을 만납니다. 그러니, 한국사람이라면 ‘밀물썰물’도 ‘미세기’도 살뜰히 익힐 노릇입니다. ‘潮水’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낚시질을 하는 늙은이를 따로 한자말을 빌어서 가리켜야 하지 않습니다.


  아홉 가지나 되는 한자말 ‘조수’를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할 까닭이 있을까 생각할 수 있는 한국사람이 되기를 빕니다. 한국말을 슬기롭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살찌우고 넋을 북돋울 이웃과 동무로 서로 어깨동무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1.3.10.달/4347.8.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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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가서 선생님 심부름꾼을 했다


‘역할(役割)’은 ‘노릇’이나 ‘몫’이나 ‘구실’로 고쳐써야 알맞습니다.



 조수(助手) : 어떤 책임자 밑에서 지도를 받으면서 그 일을 도와주는 사람

   - 공장에서 조수로 일하다 / 영화감독 밑에서 조수 노릇을 하다

 조수(條數) : 낱낱의 조목의 수

 조수(釣?) : 낚시질하는 늙은이

 조수(鳥獸) : 새와 짐승을 통틀어 이르는 말

 조수(棗脩) : 대추와 포를 아울러 이르는 말

 조수(照數) : 수효를 맞추어 봄

 조수(漕手) : 조정 경기에서, 노를 젓는 선수

 조수(潮水)

  (1) = 미세기

   - 조수가 밀려들어오다

  (2) 아침에 밀려들었다가 나가는 바닷물

 조수(操守) : 지조나 정조 따위를 단단히 지킴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17) 국어


성경, 한문, 국어, 역사, 지리 …… 등 근대적 과목들을 가르쳤지요

《김삼웅-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철수와영희,2014) 65쪽


 국어

→ 조선말

→ 한국말

→ 우리말

 …



  보기글을 생각해 봅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던 이야기를 다루는 글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씩씩하게 ‘겨레학교’를 연 분은 일본 제국주의 군홧발에 억눌리면서도 ‘겨레말(나라말)’을 지키려고 ‘우리말’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잘 알아야 합니다. 일제강점기이던 지난날 이 나라 이름은 ‘조선’입니다.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나라가 있을 적에 ‘조선어학회’가 있었고, 그무렵에는 ‘조선말’이나 ‘조선어’라 말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쓰던 ‘國語’는 ‘일본말’입니다. 일본 제국주의는 천황을 섬기는 나라에서 쓰는 말이라는 뜻으로 ‘일본말 = 국어’라 했고, 일본에서도 식민지 나라에서도 ‘일본말(日本語)’라 쓰지 않고 ‘國語’라 썼어요. 중국사람은 ‘중국말(中國語)’라 씁니다. 참말 ‘국어’라는 한자말은 뜬금없는 말입니다.


 이 책은 이십여 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 이 책은 스무 나라 말로 옮겨졌다

→ 이 책은 스무 가지 말로 나왔다

 3개 국어에 능통한 개화 지식인

→ 세 나라 말을 잘하는 개화 지식인

→ 세 나라 말을 할 줄 아는 개화 지식인


  얼마 앞서까지 이 나라에서는 ‘국민(國民)학교’였습니다. 이 이름을 ‘초등’으로 바꾸었습니다. 왜 바꾸었느냐 하면, ‘國民’이라는 한자말은 일본 제국주의가 천황을 섬기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썼기 때문입니다. 뜻있는 분들이 한국 정부와 교육부하고 오랫동안 싸운 끝에 학교 이름을 겨우 바로잡았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한국 정부는 ‘국립국어원(국립국어연구원)’ 같은 이름을 씁니다. 정부에 있는 기관부터 ‘國語’라는 일본 제국주의 한자말을 그대로 씁니다. 사람들도 으레 ‘국어사전’이라 말할 뿐입니다. 나라 이름을 ‘조선’에서 ‘한국(대한민국)’으로 바꾸었으니, 우리는 마땅히 ‘한국말사전(한국어사전)’으로 써야 올바릅니다. 정부 기관도 ‘국어원’이라는 이름을 바로잡아야 할 테지요.


  생각하는 사람일 때에 말을 살립니다. 생각하며 삶을 가꿀 때에 슬기롭습니다. 생각하는 하루를 누릴 때에 이웃을 사랑하고 동무를 아낍니다. 한국사람 누구나 한국말을 옳게 바라보면서 아름답게 가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國語’와 같은 일제강점기 찌꺼기를 훌훌 털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8.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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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한문, 한국말, 역사, 지리 …… 같은 새로운 과목들을 가르쳤지요


‘등(等)’은 ‘들’로 다듬고, ‘근대적(近代的)’은 ‘새로운’으로 다듬습니다.



 국어(國語)

  (1) 한 나라의 국민이 쓰는 말

   - 이 책은 이십여 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 3개 국어에 능통한 개화 지식인

  (2) 우리나라의 언어. ‘한국어’를 우리나라 사람이 이르는 말이다

   - 국어 성적 / 국어를 가르치다

 국어(國語) : 중국 주나라의 좌구명이 지었다고 전하는 역사책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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