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969) 방정


주인공은 매우 훌륭한 부인으로서 또한 행위가 방정(方正)한 여성인데

《세계문학과 독서》(새문사,1979) 124쪽


 행위가 방정(方正)한 여성인데

→ 몸가짐이 바르고 곧은 분인데

→ 몸가짐이 얌전한 분인데

→ 몸가짐이 다소곳한 분인데

 …



  보기글을 보면 ‘방정’ 뒤에 묶음표를 치고 한자를 넣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말 ‘방정’과 헷갈리기 때문일 테지요. 그래, 그러면 처음부터 헷갈리지 않을 만한 말을 골라서 쓸 노릇입니다. ‘방정’은 한국말로만 쓸 노릇입니다. 몸가짐이 바르고 점잖다면 “바르고 점잖다”라 쓸 일입니다. 또는 ‘얌전하다’나 ‘다소곳하다’ 같은 한국말을 쓰면 됩니다.


  ‘方釘’은 네모진 못이라는데, ‘네모못’이라는 낱말을 지어서 쓰면 넉넉합니다. ‘芳情’은 “향기로운 마음”을 가리킨다지만, 한국말로 쉽게 “향긋한 마음”이나 “향긋마음”처럼 쓸 때가 훨씬 낫습니다. 또는 “꽃마음”이라 하면 됩니다. 중국사람이 지은 책을 가리킨다는 ‘方程’은 한국말사전에서 아주 마땅히 털어야겠지요. 4338.9.12.달/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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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매우 훌륭한 분으로, 또한 몸가짐이 얌전한 분인데


‘부인’은 ‘夫人’일까요, ‘婦人’일까요? 이 글월에서는 “매우 훌륭한 분”이나 “매우 훌륭한 아주머니”로 손봅니다. ‘행위(行爲)’는 ‘몸가짐’이나 ‘매무새’로 손질합니다.



 방정 : 찬찬하지 못하고 몹시 가볍고 점잖지 못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

   - 방정을 떨다 / 입이 방정이다

 방정(方正)하다

  (1) 말이나 행동이 바르고 점잖다

   - 품행이 방정하고 학업 성적이 우수하므로 상장을 수여함

  (2) 모양이 네모지고 반듯하다

   - 엄격한 규율을 느끼게 하는 방정한 해서체의 필치

  (3) 질서나 규모가 있거나 또는 체계가 서 있다

 방정(方釘) : 몸통의 단면이나 못대가리가 네모진 못

 방정(方程) : 1세기 무렵에, 중국의 예수(隸首)가 만들었다고 하는 수학서인 《구장산술》 가운데 한 장(章)

 방정(芳情)

  (1) 향기로운 마음. 또는 꽃답고 애틋한 마음

  (2) 주로 편지 글 따위에서, 다른 사람의 친절한 마음을 높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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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960) 대두


그 이후 지구의 기후 조건이 크게 변화하면서, 꽃식물은 지구의 가장 중요한 식물로 대두되었다

《자크 브로스/양영란 옮김-식물의 역사와 신화》(갈라파고스,2005) 29쪽


 가장 중요한 식물로 대두되었다

→ 가장 값진 식물로 떠올랐다

→ 가장 값진 식물로 되었다

 …



  우리가 먹는 곡식은 ‘콩’입니다. ‘大豆’가 아닙니다. “열 되들이 큰 말”이라면 ‘큰 말’이라 하면 되지, ‘大斗’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역사사전에 실을 낱말(隊頭)은 역사사전으로 옮길 노릇입니다. ‘對敵’을 가리킨다는 ‘對頭’ 같은 한자말을 쓸 일은 없다고 느낍니다. 4338.8.18.나무/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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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지구는 날씨가 크게 바뀌면서, 꽃식물은 지구에서 가장 값진 식물이 되었다


“그 이후(以後)”는 “그 뒤”로 손보고, “지구의 기후(氣候) 조건(條件)이 크게 변화(變化)하면서”는 “지구는 날씨가 크게 달라지면서”나 “지구는 날씨가 크게 바뀌면서”로 손봅니다. ‘중요(重要)한’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값진’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대두(大斗)

  (1) 열 되들이 큰 말

  (2) 예전에 한강 연안 지방에서 쓰던, 장되로 여섯 되 여섯 홉이 드는 말

 대두(大豆) : ‘콩’으로 순화

 대두(隊頭) : 신라 때에, 시위부에 속한 무관 벼슬

 대두(對頭) = 대적(對敵)

 대두(擡頭)

  (1) 어떤 세력이나 현상이 머리를 쳐들고 나타남

   - 우리는 뜻하지 않은 문제의 대두로 난관에 봉착했다 / 

     도시를 중심으로 한 시민 계급의 대두는 중세 사회의 몰락을 의미한다

  (2) 글을 쓸 때에, 경의(敬意)를 나타내기 위하여 줄을 바꾸어 쓰되, 다른 줄보다 몇 자 올리거나 비우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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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031) 대용


실제로 원주민들은 이것을 빗자루 대용으로 쓴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윤효진 옮김-곤충·책》(양문,2004) 41쪽


 빗자루 대용으로 쓴다

→ 빗자루처럼 쓴다

→ 빗자루 삼아 쓴다

→ 빗자루로 삼는다

→ 빗자루로 쓰기도 한다

→ 빗자루로 쓴다

 …



  ‘대용’이라고 적는 한자말이 여럿 있군요. ‘大用’은 말 그대로 “크게 쓴다”고 하면 됩니다. ‘貸用’은 “빌려 쓴다”고 하면 돼요. “큰 그릇”를 뜻한다는 ‘大勇’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요? 나는 아직 이런 한자말을 쓰는 사람을 못 만났습니다. ‘代用’은 “다른 것을 쓴다”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책상 대용의 밥상”은 “책상처럼 쓰는 밥상”이나 “책상으로도 쓰는 밥상”이나 “책상으로 삼는 밥상”으로 손질하면 됩니다. “대용 식품”이란 “예전부터 먹던 것이 없어서 먹는 다른 것”이니, “다른 밥”이나 “다른 식품”이나 “다른 먹을거리”라 하면 됩니다. “서류함 대용으로 쓰다”는 “서류함처럼 쓰다”나 “서류함으로 삼아서 쓰다”나 “서류함으로 삼는다”로 손질합니다.


  어떤 마음이나 생각으로 말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한국말을 알뜰히 아끼면서 살찌울 수 있지만, 이냥저냥 내팽개칠 수 있습니다. 학자가 되어야 말을 아끼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말을 아끼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4339.1.17.불/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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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 그곳 사람들은 이것을 빗자루 삼아 쓴다


‘실제(實際)로’는 ‘참말로’로 다듬습니다. ‘원주민(原住民)’은 “처음부터 살던 사람”을 뜻합니다. ‘토박이’나 ‘붙박이’로 다듬을 낱말인데, 이 글월에서는 “그곳 사람”으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대용(大用)

  (1) 크게 씀

  (2) 큰 벼슬에 등용함

 대용(大勇) : 큰 용기

 대용(代用) : 대신하여 다른 것을 씀

   - 대용 식품 / 책상 대용의 밥상 / 종이 상자를 서류함 대용으로 쓰다

 대용(貸用) : 빌려 씀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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