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076) 필요 8 : 지레 짐작할 필요


그러나 어제 일이 어떻게 될지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어

《페스탈로찌/홍순명 옮김-린하르트와 겔트루트》(광개토,1987) 23쪽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어

→ 지레 걱정할 까닭은 없어

→ 지레 근심할 까닭은 없어

→ 지레 생각하지 마

→ 지레 걱정하지 않아도 돼

 …



  보기글에서는 한국말 ‘까닭’을 넣어야 할 자리에 한자말 ‘필요’가 끼어들었습니다. 왜 ‘필요’라는 한자말을 끼워넣었을까요? 왜 한국말 ‘까닭’을 안 넣었을까요?


  한국사람 누구나 한국말로 슬기롭게 생각할 수 있기를 빕니다. 한국사람이면 누구라도 한국말로 알맞고 바르게 글을 쓰거나 말을 할 수 있기를 빕니다. 학교에서는 제대로 가르치고, 집에서는 어버이가 아름답게 쓰며, 마을에서는 모든 어른이 서로서로 사랑스레 한국말을 주고받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39.4.10.달/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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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제 일이 어떻게 될지 지레 걱정할 까닭은 없어


‘짐작(斟酌)할’은 ‘어림할’이나 ‘생각할’로 다듬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지레’라는 낱말이 앞에 나오니 “지레 생각할”이나 “지레 헤아릴”이나 “지레 걱정할”이나 “지레 근심할”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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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079) 필요 9 : 기름을 짤 필요가 없었을


그래서 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따서 기름을 짤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분디나무 같은 것은 그 이름조차

《이오덕-나무처럼 산처럼 2》(산처럼,2004) 38쪽


 기름을 짤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 기름을 짜지 않아도 되었을 테고

→ 기름을 안 짜도 되었을 테고

→ 기름을 짤 까닭이 없었을 테고

→ 기름을 짤 일이 없었을 테고

 …



  예전에는 등불을 켜려고 분디나무 열매를 모아서 기름을 짜서 썼다고 합니다. 그다지 아득한 옛날이 아니라 고작 마흔 해나 쉰 해 앞서 이렇게 했다고 해요. 앞으로도 이렇게 분디나무에서 열매를 얻어 기름을 쓸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는데, 석유로 굴러가는 문명이 막다른 골목에 치닫는다면 다시 이 분디나무 열매로 기름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필요가 없다”는 말을 입에서 떼어내지 못하는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도 이 말에 익숙합니다. 꼭 이런 말을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굳이 이런 말을 쓸 일이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없어도 되는 ‘필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말로 쓸 만한지 곰곰이 살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 한자말을 써야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얼마든지 안 쓸 수 있는 한자말입니다. 아니, 옛날 분들은 이런 한자말을 안 썼으며, 저마다 제 삶을 밝히면서 알맞고 바르게 말을 했습니다. 책이나 글이 아닌 입으로 말을 하며 살던 지난날 시골사람은 ‘필요’ 같은 한자말을 쓸 일이 없었다면, 책과 글로 살아가는 오늘날 도시사람은 아무래도 ‘필요’ 같은 한자말이 꼭 있어야 할는지 모릅니다. 4339.4.18.불/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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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따서 기름을 짜지 않아도 되었을 테고, 따라서 분디나무 같은 나무는 그 이름조차


“없었을 것이고”는 “없었을 테고”로 다듬고, “분디나무 같은 것”은 “분디나무 같은 나무”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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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059) 필요 7 :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지도


마지막 지적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카또오 노리히로/서은혜 옮김-사죄와 망언 사이에서》(창작과비평사,1998) 4쪽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 이야기를 조금 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 조금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조금 덧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 좀 말해야 할 듯하다

→ 덧붙여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조금 덧붙일 말이 있다

 …



  일본사람이 쓴 책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약간의 설명이 필요”와 같은 글월이 나옵니다. 아주 마땅한 소리입니다만, 이 글월은 일본 말투입니다. 일본사람이 쓰는 말입니다. 이런 말투를 한국말로 옮기려 한다면 한국 말투를 써야 올바르겠지요. 무늬로만 한글인 글이 아니라, 알맹이가 오롯하게 한국사람 말투가 되도록 가다듬고 갈고닦으며 손질해야 합니다. 4339.3.5.해/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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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말에는 조금 덧붙여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지적(指摘)”은 “마지막 말”이나 “마지막 이야기”로 다듬습니다. 그런데, “약간(若干)의 설명(說明)’이란 무엇일까요? 이런 말도 있을까요? 그런데 이런 말을 쓰는 분들이 제법 많고, 이런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분이 대단히 많습니다.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나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사람이 자꾸자꾸 늘어납니다. 이 글월은 “조금 덧붙여”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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