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995) 위의 4 : 무대 위의 상황

 

배우들은 대본대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고 무대 위의 상황에 맞추어 즉흥적으로 대사를 만들고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를 펼칩니다
《안치운-추송웅, 배우의 말과 몸짓》(나무숲,2004) 28쪽

 

 무대 위의 상황
→ 무대에서 벌어지는 상황
→ 무대에서 일어나는 상황
→ 무대에서 펼쳐지는 상황
→ 무대 상황
→ 무대 흐름
 …

 

  무대 위가 있고 무대 아래가 있습니다. 배우는 무대에 올라가서 연기를 선보일 테니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따라 연기를 한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농사꾼이 “논 위에서 김을 맨다”고 하지 않습니다. “논에서 김을 맨다”고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래꾼이 “공연장 위에서 노래를 한다”고 하지 않으며 “공연장에서 노래를 한다”고 합니다. 연극 배우도 “무대에서 연기를 한다”고 적을 때가 가장 알맞다고 느낍니다. 굳이 ‘위아래’를 갈라야 하지 않습니다. 관객을 부른다고 할 적에도 “무대로 나오셔요” 하고 말하면 됩니다. 배우가 무대 아래쪽으로 내려간다면, 이때에는 “무대 아래”가 될 테지만, 다시 무대로 돌아가면 “무대로 돌아오셔요” 하고 말해야겠지요. 조금 더 살피고 한 번 더 돌아보면서 글을 가다듬습니다. 4340.5.9.물/4342.6.6.흙/4347.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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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대본대로 움직하지 않고 무대 흐름에 맞추어 그때그때 말을 만들고 관객한테서 웃음을 끌어내는 연기를 펼칩니다

 

“연기(演技)하는 것이 아니고”는 “연기하지 않고”나 “움직이지 않고”로 다듬고, ‘상황(狀況)’은 ‘흐름’으로 다듬습니다. ‘즉흥적(卽興的)으로’는 덜어도 되고, ‘그때그때’나 ‘그 자리에서’로 손보아도 됩니다. “관객(觀客)의 웃음을 유발(誘發)하는 연기”는 “관객을 웃기는 연기”나 “사람들과 함께 웃는 연기”나 “사람들한테서 웃음을 끌어내는 몸짓”으로 손질해 줍니다. ‘대사(臺詞)’는 전문용어로 여길 수 있지만, ‘말’로 다듬을 만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733) 위의 5 : 네 살 위의 여학생

 

점자 동아리에서 만난 네 살 위의 여학생이었다
《고바야시 데루유키/여영학 옮김-앞은 못 봐도 정의는 본다》(강,2008) 52쪽

 

 네 살 위의 여학생
→ 네 살 위 여학생
→ 네 살 위인 여학생
→ 네 살 많은 여학생
 …


  이 자리에서 한자말 ‘연상’을 넣었어도 “네 살 연상의 여학생”처럼 적었겠지 싶어요. 한자말을 안 쓰고 ‘위’를 적었어도 토씨 ‘-의’를 붙이니 아쉽고요.


  토씨 ‘-의’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면 ‘위’라는 낱말을 쓰지 말고 “네 살 많은 여학생”처럼 적으면 됩니다. 또는 ‘위’를 그대로 둔 채 말끝을 ‘-인’으로 붙입니다.


  잘 헤아려 보셔요. “누나는 몇 살 위인가요?”처럼 묻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몇 살 위이더라?”처럼 말합니다. 다른 자리에서는 토씨를 어떻게 붙이는가 곰곰이 돌아보면, 실마리를 잘 풀 수 있습니다. 4342.4.12.해/4347.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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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동아리에서 만난 네 살 위인 여학생이었다

 

사람들은 으레 “연상(年上)의 여학생”이나 “연하(年下)의 여학생”처럼 쓰는데, 이 자리에서는 “네 살 위”라고 적어 줍니다. 토씨 ‘-의’를 붙인 대목은 아쉽지만, 이만큼 기울인 마음를 앞으로는 더 넓혀 주면 참으로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26) 위의 6 : 위의 책들

 

물론 위의 책들은 오늘날에는 걸작으로 꼽혀 적극적으로 권해지고 있다
《김미라-책 여행자》(호미,2013) 23쪽

 

 위의 책들은
→ 이 책들은
→ 이런 책들은
→ 이 같은 책들은
→ 이와 같은 책들은
 …


  이 글월에서 가리키는 책들은 어느 책방에서 위쪽에 있는 책이 아닙니다. 책을 이야기하는 글에서 밝히는 목록을 가리키는 대목입니다. 그러니, ‘위’를 넣어서 가리키면 틀립니다. 잘못 썼어요. “이 책들”이라고 적어야지요. 또는 “이런 책들”이나 “이 같은 책들”처럼 가리키면 됩니다. 4347.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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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것도 없이 이런 책들은 오늘날에는 훌륭한 책으로 꼽혀 널리 사랑받는다 

 

‘물론(勿論)’은 ‘말할 것도 없이’로 손보고, ‘걸작(傑作)’은 ‘훌륭한 책’으로 손봅니다. “적극적(積極的)으로 권(勸)해지고 있다”는 “널리 추천받는다”라든지 “두루 사랑받는다”로 손질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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