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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빨강 앵두 - 동요로 배우는 말놀이 ㅣ 우리 아기 놀이책 17
전래동요 지음, 권문희 그림 / 다섯수레 / 2009년 6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7
하얀 앵두꽃에 빨간 앵두알 노래
― 빨강 빨강 앵두
전래동요
권문희 그림
다섯수레 펴냄, 1999.11.15.
앵두꽃이 살짝 바알간 빛을 뿜으면서 하얗게 터집니다. 아직 푸른 잎사귀 벌어지지 않은 앵두나무에 꽃부터 활짝활짝 웃습니다. 겨울난 앵두나무에는 꽃봉오리 가득하고, 앵두나무를 마당 한켠에 두는 집은 하루 내내 앵두꽃을 바라보며 웃음이 넘치겠구나 싶습니다.
앵두꽃이 지면서 앵두알이 천천히 익습니다. 앵두꽃이 지면서 푸른 잎사귀 하나둘 돋습니다. 어느새 푸른 잎사귀 그득한 앵두나무 되는데, 곧이어 푸른 잎사귀를 온통 뒤덮을 만큼 새빨간 열매 다닥다닥 맺힙니다. 앵두열매 빨간 빛이 꽃처럼 영급니다.
조그마한 앵두알에는 꽤 큰 씨앗이 있습니다. 멋모르고 앵두알을 아삭 깨물면 아야 하고 이가 아플 수 있습니다. 앵두알은 입에 넣고 살살 속살을 훑은 뒤 씨앗을 퉤퉤 뱉어야 합니다. 앵두씨를 풀밭에 뱉으면 이 씨앗이 흙 품에 안겨 앵두풀로 돋은 뒤 어린 앵두나무로 올라올 수 있을까요.
앵두열매 맺히면 새와 벌레가 끝없이 찾아옵니다. 맛난 앵두열매를 먹으려고 사람도 새도 벌레도 부산합니다. 사람은 앵두씨를 건사해서 이곳저곳에 뱉거나 뿌립니다. 새는 앵두알 쏘옥 삼킨 뒤 이곳저곳 날아다니면서 씨앗을 똥과 함께 뽕 떨굽니다. 앵두나무 한 그루 이곳에 있으면 해마다 어린 앵두나무가 곳곳에 새롭게 뿌리내릴 수 있어요.
옛날부터 불렀다고 하는 노래에 권문희 님이 그림을 얹은 《빨강 빨강 앵두》(다섯수레,1999)를 아이와 함께 읽습니다. 네 살 작은아이와 읽으면 네 살 작은아이는 군말이 없을 텐데, 일곱 살 큰아이와 읽으니 문득 한 마디 묻습니다. “왜 얘(그림책에 나오는 누나)는 앵두를 한 알만 따?” “왜 두 알 안 따?” “두 알 따서 동생 하나 주고 얘 하나 먹으면 되잖아?”
일곱 살 큰아이가 묻는 말을 듣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옛날부터 아이들 입과 입으로 이어온 놀이노래라 할 ‘앵두’ 노래일 텐데, 그동안 ‘한 알만 따서 동생 입에 넣는다’는 흐름으로 부를 수 있겠지만, 노래란 똑같이 불러서 노래가 아닙니다. 옛날부터 이어온 노래도 마을마다 조금씩 살을 붙이고 아이마다 새롭게 살을 얹어서 부릅니다. 고장마다 고을마다 ‘똑같은 노래’도 ‘다 다르게’ 불러요. 모심기노래가 다르고 베틀노래가 달라요.
우리 집 큰아이는 ‘새빨간 앵두 두 알을 따서 동생 한 알 주고 나 한 알 먹지.’ 하고 앵두 노래를 부르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새빨간 앵두 넉 알을 따서 동생 한 알 주고 나 한 알 먹으며, 어머니랑 아버지한테도 한 알씩 주어야지.’ 하고 앵두 노래를 부르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새빨간 앵두 가만가만 바라보며 우리 집 찾아오는 멧새가 한 알씩 사이좋게 나누어 먹도록 해야지.’ 하고 앵두 노래를 부르겠구나 싶습니다.
옛노래를 옛노래대로 즐기면서, 오늘은 오늘대로 아이들 맑은 꿈과 사랑을 실어 새롭게 이야기를 얹는 ‘놀이노래’와 ‘삶노래’로 거듭날 수 있으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앵두잎 빛깔이 그리 ‘푸르지’ 않은 대목이 아쉽습니다. 새빨간 앵두알과 짙푸른 앵두잎은 서로 몹시 환하게 어우러져요. 그림결이 보드랍고 예쁘기는 하지만, 잎빛을 그릴 적에 더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라요. 앵두나무 잎사귀 빛깔이 얼마나 푸르고 밝은지 잘 드러내면 도시 아이들도 앵두나무를 한결 새롭게 헤아릴 수 있으리라 봅니다. 덧붙여, 책 뒤쪽에는 살며시 바알간 기운 감도는 앵두꽃을 그려 넣으면, 어떤 꽃에서 이렇게 예쁜 열매가 맺히는가를 도시 아이들과 어버이 모두 더 깊이 살피도록 이끌리라 생각해요. 4347.1.2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