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밟는다
면소재지 우체국을 들러 아이들과 가게에 가는 길에 자전거를 해코지하는 까만 자동차를 본다. 까만 자동차 사내는 온갖 거친 말씨를 주워섬긴다. 저이한테 똑같이 거친 말씨를 돌려줄까, 아니면 더 거친 말씨를 얹을까 하다가 이도 저도 안 하기로 한다. 나한테는 우리 두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한테는 아예 아무 말을 않고 대꾸도 없을 때가 가장 낫다. 이른바, 똥을 밟았다고 여기면 된다.
자전거를 몰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한다. “똥을 밟았다”고 하는 말을 요즘 사람들은 “나쁜 일을 겪었다”고 할 적에 흔히 쓴다. 그런데, 이렇게 써도 될 말일까. 누가 이런 말을 쓸까.
예부터 시골사람은 누구나 똥오줌을 거름으로 삼았다. 언제나 똥을 만지며 흙을 보살폈다.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은 아이들을 낳아 돌보면서 아기 똥을 퍽 오랫동안 만진다. 어버이가 늙어 몸져누우면 어버이 똥을 꽤 오랫동안 만지기도 한다. 시골사람한테 똥은 하나도 지저분할 수 없으며, 더럽거나 나쁜 것이 안 된다. 삶에는 밥과 나란히 똥이 있기 마련이다.
누가 똥을 나쁘게 바라볼까. 누가 ‘똥밟기’를 나쁜 일 겪었다는 뜻으로 썼을까. 시골에 살지 않거나, 흙을 만지지 않거나, 아이들을 돌보지 않거나, 늙은 어버이를 모시지 않는 이들이 바로 “똥을 밟았다” 같은 말을 쓰지 않았을까. 스스로 삶을 지을 줄 모를 뿐더러, 스스로 삶하고 동떨어진 이들이 함부로 쓴 말이 엉뚱하게 널리 퍼지지 않았을까. 오늘날 사람들은 거의 모두 시골하고 멀어지며 흙하고 등을 진 채 살아가니 이런 말이 얄궂게 퍼지는 셈 아닐까. 4346.12.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