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700) 그녀의 4 : 그녀의 삶에
아울러 니사와의 관계를 새롭게 다지고 내가 떠난 뒤에 그녀의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들을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마저리 쇼스탁/유나영 옮김-니사》(삼인,2008) 477쪽
“니사와의 관계(關係)를”은 “니사와 나 사이를”이나 “니사와 나를”로 다듬고, ‘기회(機會)’는 ‘자리’로 다듬어 줍니다.
그녀의 삶에
→ 이녁 삶에
→ 니사 삶에
→ 니사가 사는 동안
→ 니사가 살아오며
…
보기글을 살피면, 앞쪽에 ‘니사’라고 이름을 밝히나, 뒤쪽에서는 ‘그녀’라고 적습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 앞과 뒤를 다르게 적었는지 모르는데, 굳이 같은 말 쓰기를 꺼려야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이 글을 쓰신 분으로서는 ‘그녀’라는 낱말을 쓰는 데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을 뿐더러, 이 대목에서는 ‘그녀’라고 적어야 알맞았다고 여기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그런데 ‘그녀’ 아닌 ‘니사’라는 이름을 밝혀 적었어도 “니사 삶에”라 하지 않고 “니사의 삶에”처럼 적으면서 토씨 ‘-의’를 붙였을는지 모르고, “니사가 살아오며”나 “니사가 꾸려온 삶에”처럼 손질해 볼 생각 또한 못했을는지 모릅니다. 얄궂든 올바르든 어긋나든 알맞든, 글쓴이가 예전부터 익히 쓰던 대로만 쓰지 않았으랴 싶고, 어떠한 말투가 이녁 느낌과 생각을 알뜰히 담아내는가를 돌아보지 못했으랴 싶습니다. 4343.3.7.흙./4346.7.1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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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니사와 나 사이를 새롭게 다지고, 내가 떠난 뒤에 이녁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들을 자리가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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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00) 그녀의 5 : 그녀의 방
저는 동무네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마주보이는 그녀의 방을 엿보곤 했습니다
《정상명-꽃짐》(이루,2009) 211쪽
이 글에서 말하는 ‘그녀’란 ‘칠칠회관 댄서’라고 합니다. 낮에는 잠만 자고 골목길에 어둠이 내릴 때문 눈부시게 차려입고 집을 나서던 ‘술집에서 춤추며 일하는 아가씨’라고 합니다.
술집에서 춤추는 일을 하는 사람이 사내였다면 “마주보이는 그의 방”이라고 적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 말투는 ‘그-그녀’로 굳어졌으니까요.
그나저나, 보기글 앞쪽은 “동무의 집”이 아닌 “동무네 집”이라고 알맞게 잘 적었습니다. 뒤쪽에서는 ‘-의’를 얄궂게 붙이고 말았지만, 이 대목은 참 반갑습니다.
그녀의 방
→ 그 사람 방
→ 그 사람이 사는 방
→ 그 사람이 있는 방
→ 그 사람이 깃든 방
…
그러고 보면 사람들 말씨는 “숲속의 방”이라든지 “누나의 방”이라든지 하면서 토씨 ‘-의’를 어김없이 붙이는 쪽으로 바뀝니다. 올바르게 쓰는 말투는 “숲속 방”이요 “누나 방”인데, “형철이 방”이고 “정은이 방”인데, “할아버지 방”이며 “동생 방”인데, 스스로 우리 말투를 알뜰살뜰 가꾸거나 보듬으려는 매무새가 거의 사라집니다. 어떻게 말을 해야 옳고, 어떻게 글을 써야 바른지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옳게 배우지 못했으니 옳게 말할 줄 모른다고 하겠으나, 대학교까지 다니고 책깨나 읽었다 하더라도 말과 글을 찬찬히 배우지 않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신문줄 읽을 수 있으면서도 말과 글을 곰곰이 돌아보지 않습니다.
옳은 밥이 무엇인지 따지지 않고 값싼 밥만 찾듯, 옳은 말이 무엇인지 가리지 않는다고 할까요. 옳은 일이 무엇인지 살피지 않고 돈벌이에만 달려들듯, 옳은 말이 무엇인지 살피려 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옳은 생각이 무엇인지 보듬으려 하지 않고 사회 물결에 휩쓸리듯, 옳은 말글을 고이 지키면서 늘 새롭게 익히거나 가다듬으려는 매무새가 없다고 할까요. 4342.6.23.불./4346.7.1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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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무네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마주보이는 그 사람 방을 엿보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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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86) 그녀의 6 : 그녀의 도착
롭상이 그녀의 도착을 알렸을 때 나는 아침햇살을 받으며 창문턱 내 자리에 앉아 졸고 있었다
《데이비드 미치/추미란 옮김-달라이 라마의 고양이》(샨티,2013) 254쪽
“도착(到着)을 알렸을 때”는 “왔다고 알렸을 때”로 다듬고, “졸고 있었다”는 “졸았다”나 “꾸벅꾸벅 졸았다”로 다듬습니다.
그녀의 도착을 알렸을 때
→ 그 사람이 왔다고 알렸을 때
→ 그분이 오셨다고 알렸을 때
→ 그 손님이 오셨다고 알렸을 때
…
이름난 여자 배우이건 영국 여왕이건 열 살 가시내이건 모두 ‘그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살짝 높여 가리키자면 ‘그분’입니다. 그분을 우리 집에 모셨다면 ‘그 손님’이 될 테지요. 낱말 하나 말투 하나 올바르게 가다듬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6.7.1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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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상이 그 손님이 오셨다고 알렸을 때 나는 아침햇살을 받으며 창문턱 내 자리에 앉아 졸았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바로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