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31) -의 계절 3 : 수유의 계절

 

매년 수유의 계절이 되면 열매의 무게로 가지가 휘어질 정도다
《이가라시 다이스케/김희정 옮김-리틀 포레스트 (1)》(세미콜론,2008) 5쪽

 

  ‘매년(每年)’은 ‘해마다’로 다듬고, ‘계절(季節)’은 ‘철’로 다듬어 줍니다. “휘어질 정도(程度)다”는 “휘어지곤 한다”나 “휘어질 만큼 가득하다”나 “휘어지도록 가득하다”로 손봅니다. “열매의 무게로”는 “열매 무게로”나 “열매들 무게로”로 손질합니다.

 

 수유의 계절이 되면
→ 수유가 익는 철이 되면
→ 수유를 따는 철이 되면
→ 수유철이 되면
 …

 

  감이 익을 무렵이면 “감이 익을 무렵”이면서 “감이 익는 철”이요 “감철”입니다. 능금이 익을 때라면 “능금이 익을 때”이면서 “능금이 익는 철”이요 “능금철”입니다.


  우리는 ‘수박철’과 ‘딸기철’과 ‘참외철’과 ‘호박철’과 ‘살구철’과 ‘대추철’ 들을 이야기하면서 요즈음 날씨가 어떠한지를 헤아리곤 합니다. 입맛에 따라 철을 생각하고, 산과 들에서 무르익는 열매를 떠올리며 철을 생각합니다.

 

 (열매나 푸성귀나 온갖 먹을거리 이름) + 철
 수유철 / 능금철 / 배추철 / 감자철 / 바지락철 / 전어철

 

  이제는 웬만한 가게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따로 없이 온갖 열매가 널리고 갖은 푸성귀가 펼쳐집니다. 굳이 철을 살피지 않더라도 언제나 딸기를 먹고 수박을 먹고 바나나를 먹습니다. 집이나 일터 또한 요즈음 철이나 날씨가 어떠한가를 몰라도 한결같이 따뜻하거나 시원합니다. 자가용으로 움직이든 전철이나 버스로 움직이든, 우리는 바깥 날씨를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꼭 바깥 날씨를 알뜰히 느끼거나 깨달아야 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몸이 바깥 날씨를 잊거나 잃는 동안, 저마다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잊거나 잃지 않느냐 싶습니다. 이처럼 우리 마음이 잊거나 잃는 무엇인가는 삶에서 또다른 무엇을 잊거나 잃도록 줄줄이 이어지지 않느냐 싶습니다.


  삶다운 삶을 잊거나 잃으면, 삶을 밝히는 생각을 함께 잊거나 잃는다고 느껴요. 다른 누가 괴롭히거나 들볶지 않았어도 우리 스스로 우리 터전을 일구는 생각을 잊거나 잃는다면, 아름다운 뜻과 맑은 넋을 담아낼 말과 글 또한 우리 손으로 내버리거나 내치는 셈이 되리라 느껴요. 4342.8.2.해/4346.7.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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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유철이 되면 열매 무게로 가지가 휘어지곤 한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87) -의 계절 4 : 안개의 계절

 

안개의 계절이 돌아왔다
《강제윤-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호미,2013) 87쪽

 

  “-의 계절” 같은 말투가 나타나는 까닭은 아무래도 ‘계절’이라는 한자말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러나 한국말 ‘철’을 쓰더라도 “안개의 철”처럼 엉뚱하게 쓰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때에는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야 합니다. 토씨 ‘-의’를 사이에 넣는 말투가 알맞거나 올바른가를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여름날 장마가 찾아오면 모두 ‘장마철’이라 말합니다. “장마의 철”처럼 말하지 않아요. 여름이 다가오면 ‘여름철’이라 하지, “여름의 철”처럼 말하지 않아요.


  안개가 잔뜩 끼는 철이 돌아오면 ‘안개철’입니다. “안개의 철”이 아닙니다.

 

 안개의 계절
→ 안개철
→ 안개 피는 철
→ 안개가 피어나는 철
 …

 

  꽃이 피기에 ‘꽃철’입니다. 열매가 익는 가을은 ‘열매철’이라 할 만합니다. 대학입시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입시철’을 말해요. 아마 누군가는 “입시의 계절”이라 말하면서 일본 말투가 슬프게 끼어드는 모습을 못 깨달을 수 있을 테지만, 퍽 많은 한국사람들 입에는 “입시의 계절”보다 ‘입시철’이 익숙해요.


  시골에서는 ‘농사철’입니다. “농사의 철”이 아닙니다. 먼먼 옛날부터 이 나라에서 살아온 여느 사람들 수수한 말을 떠올리면서, 오늘 우리가 쓸 가장 사랑스럽고 빛나는 말을 생각합니다. 4346.7.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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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철이 돌아왔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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