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큰아이
머리카락 좀 짧게 깎은 옆지기를 데리고 아이들과 다니노라면, 가끔 ‘애 엄마’ 어디 있느냐 묻는 소리를 듣는다. 옆지기가 옆지기 아닌 ‘큰아이’처럼 보이기도 하는가 보다. 참 딱하구려, 하고 대꾸할 수는 없어, 그저 빙그레 웃고 만다. 집으로 돌아와 이런 집일 저런 집살림 꾸리노라면, 옆지기는 옆지기이면서 우리 집 큰큰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곧, 이 집 아버지는 아이 둘 아닌 아이 셋 거느리면서 살아간달까. 이 집 아버지가 집을 비우고 돈을 벌러 바깥일을 한다며 먼 마실 다녀올라치면, 옆지기가 아이들 보살피도록 맡긴다기보다, 큰큰아이한테 아이들 맡기는 셈이라고 할까.
큰큰아이인 터라 이모저모 맡기기 어려울 수 있다. 큰큰아이라서 이모저모 알뜰살뜰 하라 이를 수 없다. 한편, 큰큰아이라니까 작은 일 하나 하더라도 어여쁘고 반갑다. 큰큰아이인 만큼 아이들하고 한결 가까우면서 살가이 삶을 누리고 환하게 빛나기도 한다고 느낀다.
큰큰아이가 미국으로 람타 공부를 하러 스물이틀 다녀오고 나서 스무 시간 즈음 고요히 잔다. 아무렴, 잠을 거의 못 자며 공부를 하고 돌아왔으니 이만큼 잘 만하다. 이듬날에도 또 이렇게 잘는지 모른다. 큰아이가 저녁밥 먹으며 아버지한테 여쭌다. “왜 어머니는 잠만 자? 같이 안 놀고?” 큰아이야, 네 큰큰언니는 많이 힘들어서 그런단다. 그래서 저녁도 못 먹고 저렇게 드러누워 몸을 쉰단다. 밥 잘 먹고 조금 더 논 다음, 우리 같이 즐겁게 자자꾸나. 4346.4.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