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50) 가운데 3 : 바쁘신 가운데

 

바쁘신 가운데 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시다 이라/김윤수 옮김-날아라 로켓파크》(양철북,2013) 243쪽

 

  ‘감사(感謝)합니다’는 ‘고맙습니다’로 바로잡습니다. 한국말은 ‘고맙습니다’이지만, 한국말을 알뜰히 쓰는 분이 자꾸 줄어들어요.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바이바이’ 같은 말을 쓰는데, 즐거움이나 재미나 귀여움 삼아 이런 말을 쓴다 하지만, 아이들한테는 알맞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않은 말을 함부로 길들이는 셈이 됩니다. 아이들한테 사탕 한 알 쥐어 주면서 “‘감사합니다’ 그래야지.” 하고 말하는 분들을 보면, 좋은 뜻은 알겠지만, 사탕 함부로 주니 안 달갑고, 말투 또한 슬기롭지 않으니 안 반갑습니다. 차라리 “‘잘 먹겠습니다’ 그래야지.” 하고 말하면, 그나마 말투는 받아들일 만한데요.

 

 바쁘신 가운데
→ 바쁘신 데에도
→ 바쁜 틈에도
→ 바쁜 짬을 내어
 …

 

  행사나 잔치가 있는 자리에 가면, 사회를 맡은 분들이 으레 “바쁘신 가운데”라느니 “바쁘신 와중(渦中)”이라느니 하고 말합니다. 워낙 굳은 말버릇이니 이렇게 말한달 수 있지만, 제아무리 굳거나 뿌리박은 말투라 하더라도, 올바르지 않거나 알맞지 않으면, 하나하나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나쁜 법도 법이라 하지만, 나쁜 법은 ‘나쁜 법’이지 ‘법’이 아닙니다. 잘못 뿌리박힌 말투는 ‘그대로 써도 될 우리 말투’가 아니라, 알맞게 바로잡을 ‘잘못 뿌리박힌 말투’예요.


  이 보기글 같은 자리라면, “바쁜 일정(日程)에도”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와중’도 한자말이고 ‘일정’도 한자말이지만, ‘와중’은 “(1) 흐르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2) 일이나 사건 따위가 시끄럽고 복잡하게 벌어지는 가운데”를 뜻해요. 이 뜻을 헤아리자면 ‘와중’을 넣는 말투도 알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헤아리면, 한자말 ‘와중’을 “-하는 가운데”로 풀이한 말마디가 알맞지 않다 할 수 있어요. 잘못 풀이한 말마디라 할 만합니다. ‘와중’을 애써 ‘가운데’로 풀이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렇게 잘못 풀이할 바에는 그냥 한자말 ‘와중’을 쓰는 쪽이 낫다고 해야지 싶어요. 4346.3.3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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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신 데에도 와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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