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예전 사진 갈무리하다가, 지난 2012년 4월 모습을 보고는 새삼스럽다고 느낍니다. 그때에는 책꽂이 들이고 자리잡느라 너무 바빠, 사진만 찍고 글을 못 붙였는데, 이제 와서 늦게나마 글을 붙여 지난날 한 자락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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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와 책 (도서관일기 2012.4.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크고 무거운 책꽂이하고 여러 날 씨름한다. 혼자서 들거나 나르기란 몹시 빠듯하지만, 시골마을에서 누구 부를 사람 없으며, 옆지기더러 거들라 할 수 없다. 요즈막에는 이 크고 무거운 책꽂이하고 씨름하기 때문에 먼지가 어마어마하게 날려, 아이들하고 도서관마실을 하지도 못한다. 아이들은 집에서 놀라 하고 나 혼자 도서관에 나와서 씨름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먼지 날리는 도서관으로 함께 와서 놀겠단다. 어쩌면, 아이들로서는 책꽂이 새로 들이며 어수선하고 비좁은 곳에서 더 재미나게 놀는지 모른다.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온통 땀투성이가 된다. 낡은 못을 모조리 뽑는다. 못을 뺀 널판을 한쪽에 기댄다. 하나씩 자리를 잡는다. 한꺼번에 들여놓은 오래된 나무책꽂이가 골마루 가득 채우니, 아이들이 넉넉하게 뛰어놀 자리가 없다지만, 어른인 내가 요리조리 드나들 틈마저 없다. 이 큰 책꽂이 들어설 데가 너끈히 나올까. 모르리라. 막 들여놓은 때라 얼핏 보면 갯수가 많은 듯하지만, 막상 하나둘 자리를 잡고 보면, 좀 모자라다 싶을 수 있겠지.


  먼지가 어마어마하게 날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묵은 나무냄새가 난다. 묵은 책꽂이에 앉은 더께를 걸레로 바지런히 닦고 나면, 천천히 나무냄새 올라온다. 참말 책꽂이를 나무로 짜야 하는 까닭을 느낀다. 책부터 나무로 만들지 않는가. 나무로 빚은 책은, 나무로 짠 책꽂이에 건사할 때에 오래도록 아름답고 정갈하게 이어갈 수 있다고 느낀다. 사람도 나무로 지은 집에서 튼튼하게 살아갈 수 있잖은가.


  숲이 있어야 한다. 숲에 나무가 우거져야 한다. 나무가 늘 푸른 숨결 내쁨을 수 있어야 한다. 푸른 숨결 내뿜는 나무를 얻어 불을 지피고, 종이를 얻으며, 책꽂이나 옷장이나 책상이나 걸상을 짜야 한다. 아이들 놀잇감도 나무로 깎고, 수저도 나무로 깎으며, 밥그릇과 밥상 또한 나무로 빚을 때에 참으로 좋겠지.


  나무는 열매도 주고 꽃도 베푼다. 나무는 가지를 주고 줄기를 준다. 좋은 그늘을 주는 나무요, 푸른 숨결 나누는 나무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나무를 읽는 셈이다. 그리고, 나무를 읽는 사람 또한 책을 읽는 셈이다.

 

  유채꽃과 제비꽃 흐드러지는 냄새를 맡으며 기운을 낸다. 아이들과 논둑길 거닐며 질경이를 뜯고, 봄나물 잔뜩 얻는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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