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물든 미국말
 (671) 멘탈(mental)

 

네 녀석은 참 모든 면에서 멘탈이 약하구나
《우니타 유미/양수현 옮김-토끼 드롭스 (9)》(애니북스,2012) 33쪽

 

  “모든 면(面)에서”는 “모든 곳에서”나 “모든 구석에서”나 “모든 자리에서”로 다듬을 수 있는데, 이 대목에서는 “언제나”나 “늘”이나 “노상”으로 다듬어도 됩니다. ‘약(弱)하구나’는 ‘여리거나’로 손봅니다.


  영어 ‘mental’은 영어입니다. 한국말이 아닙니다. ‘멘탈’이라 적는들 한국말일 수 없습니다. 일본만화에 나온 이 낱말을 한글로 ‘멘탈’로 적는 일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일본사람이 이런 영어를 즐겨쓴다 하더라도 한국사람이 읽는 책에는 한국말로 옮겨야지요. 게다가 ‘mental’은 그림씨입니다. 이름씨가 아닙니다. 이름씨는 ‘mentality’입니다.


  영어사전 말풀이를 살피면, ‘mental’은 “정신의, 마음의”라고 나옵니다. 영어사전에서는 한국말 ‘마음’이 한자말 ‘정신(精神)’ 뒷자리에 나옵니다. 오늘날 한국사람은 으레 이 두 가지 낱말을 섞어서 쓰니 영어사전 말풀이에도 두 가지 낱말을 적는 셈일 테지만, ‘정신’이라는 낱말은 한국말 ‘마음’을 한자로 옮겨적은 낱말일 뿐, 다른 뜻이 더 없습니다.

 

 멘탈이 약하구나
→ 마음이 여리구나
→ 여린 마음이구나
→ 여리구나
 …

 

  마음이 세거나 드센 아이가 있고, 마음이 여린 아이가 있습니다. 힘이 세거나 기운이 센 아이가 있으며, 힘이 여리거나 모자란 아이가 있습니다. 어느 아이는 다부지거나 씩씩하거나 당찹니다. 어느 아이는 더없이 여리거나 어리숙합니다.


  곰곰이 돌아봅니다. 어느덧 서른 해 즈음 지난 내 어릴 적, 내 둘레 어른 가운데 나이 제법 든 분들은 ‘여리다’라는 말을 곧잘 쓰셨으나, 제법 젊은 어른들은 ‘약하다’라는 말만 쓰셨습니다. 국민학교 교과서에는 노래를 가르치는 자리에서 ‘센박·여린박’이라고 쓸 뿐, 다른 자리에서는 늘 ‘약하다’라고만 씁니다. 노래를 가르치는 교사조차 교과서에 나온 ‘여린박’이라는 낱말을 풀이할 적에 ‘약하게’라고 말했어요.


  ‘여리다’라는 낱말은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야 할까 싶기도 합니다. 내 둘레에서 이런 낱말 쓰는 이를 찾아볼 길이 아주 없는데, 나 혼자 이런 낱말을 써도 될는지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여리다’라고 말하고 싶지 ‘弱하다’ 같은 낱말은 말하고 싶지 않아요. 여린 짐승을 아끼고, 여린 풀을 쓰다듬으며, 여린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착하게 가다듬으면서 마음밭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뿌리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참답게 보듬으면서 마음자리에 꿈을 가득 담기를 바랍니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이웃 아이 누구나 생각틀을 살찌우고 마음틀을 넓히기를 빌어요. 모든 아이들이 생각결을 일구고 마음결을 아낄 수 있기를 빌어요. 아이와 어른 모두 생각누리를 북돋우고 마음누리를 빛낸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4346.2.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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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녀석은 참 늘 마음이 여리구나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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