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비밀
윤현수 지음 / 눈빛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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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23

 


사진은 어디에도 숨지 않는다
― 사진의 비밀
 윤현수 글·사진
 눈빛 펴냄,2010.4.28./7000원

 


  윤현수 님이 쓴 사진이야기 《사진의 비밀》(눈빛,2010)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사진에 ‘비밀’이 있을까. 사진은 무엇을 숨길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감출까. 사진에 찍힌 모습은 무엇인가 가려질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안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는가.


  윤현수 님은 “스승을 죽이듯 바르트를 버리자. 그의 밝은 방은 휴지통으로 간다. 그가 언뜻 보았을 새롭고 밝은 방을 다시 만들 것이다. 나는 이제 그의 어머니가 아닌 나의 어머니를 찾아갈 것이다(42쪽).” 하고 말합니다. 그러나, ‘바르트를 버린다’고 할 때에는 ‘바르트처럼 하는 사진’일 뿐 ‘윤현수처럼 하는 사진’은 아니에요.


  ‘윤현수처럼 하는 사진’이 어느 때 어느 자리에서 문득 ‘바르트가 하던 사진과 닮을’ 수 있는데,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사진을 하더라도 ‘뜻밖에 서로 엇비슷하거나 거의 똑같다 할 만한 이야기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누가 누구한테서 배운다거나 누가 누구를 흉내내지 않더라도,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사진을 찍으면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바트르를 배우거나 읽은’ 다음 사진을 찍더라도, 나 스스로 ‘내 사진을 누리자는 생각으로 살아가’면, 이 글에서 밝히듯, 아주 보드랍게, 저절로, 시나브로, ‘바르트를 버리는 셈’이 돼요. 윤현수 님 스스로 외치듯 “바르트를 버리자”고 해 본들, 바르트는 버려지지 않아요. 오히려 더 얽혀들기만 합니다. 되레 자꾸 끌려들기만 합니다.


  바르트는 우리한테 사진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바르트한테서 사진을 배울 수 없습니다. 바르트는 스스로 ‘바르트 사진’만 찍을 수 있습니다. 나는 나 스스로 ‘내 사진’만 찍을 수 있습니다. 흉내를 낸다 하더라도 ‘흉내낸 사진’이지 ‘바르트 사진’이 되지 않아요. 똑같이 베끼듯 찍는다면 ‘똑같이 베끼듯 찍은 사진’일 뿐, ‘바르트 사진’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굳이 “바르트를 버리자”느니 “내 어머니를 찾아가”겠노라 외치지 않아도 돼요. 그저 즐겁게 빙긋 웃으면서 “내 사진”을 찍고 “내 어머니를 찾아가는 삶을 누리”면 됩니다.


  사진은 어디에도 숨지 않습니다. 사진은 어디에도 가려지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어딘가에 숨는다면, 내가 찍거나 읽는 사진도 어딘가에 숨겨지겠지요. 나 스스로 내 마음을 가리려 한다면, 내가 찍거나 읽는 사진 또한 마땅히 가려지고 말아요.


  윤현수 님은 “나는 사진에 인간의 숨길을 불어넣고 싶은 것이다(52쪽).” 하고 말합니다. 그래요. 그러면 이러한 숨결을 불어넣으면 돼요. 사람 숨결을 불어넣는 사진이라서 더 대단하지 않습니다. 사람 숨결을 불어넣지 않는 사진이라서 더 모자라거나 못나지 않아요.


  누군가는 꽃 숨결을 불어넣는 사진을 즐길 수 있어요. 누군가는 풀잎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어요. 누군가는 바람 숨결을 불어넣고, 누군가는 흙내음 숨결을 불어넣겠지요. 바다 숨결도, 햇살 숨결도, 나무 숨결도, 밥내음 숨결도, 된장국 숨결도 얼마든지 불어넣을 수 있어요.


  가장 낫거나 좋거나 뛰어난 숨결은 없습니다. 스스로 좋아하거나 아끼는 삶결에 따라 숨결이 다를 뿐입니다.


  윤현수 님은 이녁 슬기를 빛내어 생각을 갈무리합니다. 윤현수 님이 바라보는 사진은 곧 “우리의 삶은 소중한 유한의 시간이다. 이것이 사진의 비밀이다(73쪽).” 하고 밝히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래요. 나한테 가장 아름다운 삶을 담을 때에 사진이에요. 내가 느끼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우는 사진이에요. 내가 바라보는 가장 빛나는 숨결을 아로새기는 사진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즐거운 하루를 마음껏 담는 사진입니다.


  삶을 알 때에 사진을 알 수 있습니다. 삶을 사랑할 때에 사진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삶을 이야기할 때에 사진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삶을 노래할 때에 사진을 노래할 수 있어요.


  우리네 사진학교와 사진교실에서도 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빌어요. 사진학과 교수와 사진교실 강사 누구나, 이녁 스스로 즐기는 삶이 무엇인가 하고 찬찬히 밝히면서, 사진길을 새롭게 걷거나 처음으로 걸으려는 사진벗한테 고운 손길 내밀 수 있기를 빌어요.


  사진은 아주 쉽거든요. 글도 그림도 노래도 춤도 아주 쉬워요.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누리면 되기에 아주 쉬워요. 시가 좋으면 시를 쓰지요. 탱고가 좋으면 탱고를 추지요. 우리는 어떤 문학상을 받으려고 글을 쓰지 않아요. 우리는 노래잔치에서 큰상 받으려고 노래부르지 않아요. 우리는 ‘사진가’라는 이름을 얻으려고 사진을 찍지 않아요.


  사진은 아주 즐겁습니다. 내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알뜰히 담기에 더없이 즐거운 사진입니다. 사진은 아주 재미납니다. 내 살가운 살붙이와 동무와 이웃을 내가 가장 사랑스레 바라보는 눈결대로 살포시 담아서 기쁜 웃음으로 나눌 수 있어 아주 재미납니다.


  윤현수 님은 “마음이 담겨지지 않은 사진은 부질없다. 사진의 근본은 바로 마음의 소통이기 때문이다(78쪽).” 하고 말합니다. 그래요. 마음을 담아야 사진이지요. 마음을 안 담으면 사진이 아니에요. 마음을 담아서 지어야 비로소 맛나게 먹는 밥이에요. 마음을 담아서 불러야 아이들이 새근새근 잠들어요. 마음을 담아서 손을 잡고 들길을 걸어야 사랑하는 두 짝꿍 가슴속에서 밝은 빛이 타올라요. 마음을 담아서 나무를 쓰다듬어야 알찬 열매를 맺어요. 마음을 담아서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해야 내 보금자리가 환하게 빛나요.


  삶은 내 마음으로 이루어집니다. 곧, 사진은 내 마음으로 이루어집니다. 삶은 내 사랑을 담아 일굽니다. 사진은 내 사랑을 담아 일구어요.


  내 삶을 꾸밈없이 바라보아요. 그러면 내 사진을 꾸밈없이 바라볼 수 있어요. 내 삶을 예쁘게 보살펴요. 그러면 내 사진을 내 손으로 아주 예쁘게 보살필 수 있어요. 사진은 바로 내 마음속에서 한결같이 샘솟는 맑은 물줄기에 서린 눈부신 빛 한 줄기입니다. 4345.12.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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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2-27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현수 님은 “마음이 담겨지지 않은 사진은 부질없다. 사진의 근본은 바로 마음의 소통이기 때문이다(78쪽).” 하고 말합니다. 그래요. 마음을 담아야 사진이지요. 마음을 안 담으면 사진이 아니에요. 마음을 담아서 지어야 비로소 맛나게 먹는 밥이에요. 마음을 담아서 불러야 아이들이 새근새근 잠들어요.

- 음식도 그렇더군요. 음식을 만들 때 정성이란 마음이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 없어요.
그러니 정신이 딴 데에 가 있으면 안 되더군요. 마음을 담아야 해요. ^^

숲노래 2012-12-27 19:1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사진이든 무엇이든
우리가 '마음'을 사랑스레 쓰면
모든 일이 아름답게 이루어지는구나 싶어요.

'마음'을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이루어지구요~

yureka01 2015-04-26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뿐만아닐겁니다..세상만사 모든 일이 마음이 담기는 걸 바라죠...이 책...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