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밀어내는 아파트

 


  사람들이 도시를 지으려고 숲을 밀어 아파트를 세운다. 사람들이 도시를 넓히려고 숲을 더 밀어 아파트를 더 세운다. 처음에는 숲이던 곳이 어느새 아파트 꾸러미가 된다. 온갖 모양 아파트로 무리를 이룬다. 널따란 숲이 이제 손바닥만큼만 남는다. 그나마 남던 손바닥 숲 또한 머잖아 새로운 아파트로 바뀌고, 널찍한 찻길이 된다.


  사람들이 도시를 짓고 아파트를 올리면서 나무가 몽땅 사라진다. 나무 없이 휑뎅그렁한 길가에 어린 나무를 몇 그루 줄줄이 심는다. 나무가 스스로 자라며 숲이 우거지던 곳인데, 따로 돈을 들여 나무를 심어야 한다. 스무 해쯤 지나야 겨우 나무그늘이 생긴다. 그러나 스무 해쯤 지나고 서른 해쯤 되고 나면, 아파트라고 하는 시멘트집은 목숨을 다해 헐어야 한단다. 이에 따라 겨우 나무그늘 조금 생기던 나무는 목숨 다한 시멘트 아파트하고 나란히 헐리고 만다. 조금 키 자란 나무를 캐서 옮기는 돈은 비싸고, 어린 나무를 사다 심는 돈은 싸다고 하니까.


  곧, 아파트를 지으려는 데에는 쉼터가 없다. 숲을 밀어 아파트를 지었으니 쉼터가 있을 수 없다. 도시에서는 숲이 사라지고 쉼터가 없기에, 새삼스레 돈을 들이고 땅을 비싸게 되사들여 공원을 지어야 한다. 새삼스레 돈을 들이고 땅을 비싸게 되사들여 짓는 공원에는 나무그늘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숲바람이나 나무바람이나 풀바람이나 꽃바람을 넉넉히 쐴 만한 자리가 되지는 않는다. 운동기가 몇 가지를 놓고, 걷거나 달릴 좁다란 길 몇 갈래 낸 터무니없이 작달만한 풀섶이 이루어진다. 애써 짓는 공원에서조차 흙을 밟지 못하고 흙을 만지지 못하며 흙을 바라보지 못하기 일쑤이다.


  곰곰이 돌아보면, 맨 처음 숲을 밀 적부터 도시와 아파트에서는 푸른 숨결을 죽인 셈이다. 도시사람과 아파트사람 스스로 숲을 등진 셈이다. 도시에서는 푸른 숨결이 없어도 살아갈 만하다고 여긴 셈이다. 그런데, 숲이 없이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숲과 들과 메와 냇물과 바다를 밀어 없애고도 밥을 먹을 수 있을까. (4345.10.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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